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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헌 기자

등록 : 2018.04.19 11:36
수정 : 2018.04.19 14:20

조현민 갑질? 진짜는 삼남매의 기업 돈 빼가기

등록 : 2018.04.19 11:36
수정 : 2018.04.19 14:20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광고 대행사 직원에 대한 ‘폭언 및 물컵 투척’ 사건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진짜 갑질은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전무 사건은 엄밀히 말해 경미한 폭행이지만, 직원들이 일해 번 돈으로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더 심각한 갑질이라는 주장이다.

박창진(가운데) 대한항공 전 사무장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대한항공 3세 갑질 비행 처벌하라' 정의당 심상정(오른쪽에서 두번째) 의원·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19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3남매(현아, 원태, 현민)가 일감 몰아주기로 수백억원을 챙겼는데도 과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관련 법 개정과 재벌 처벌에 과도하게 민감한 법원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을 수사하는 경찰이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증거물을 들고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 변호사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의 3남매는 대한항공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의 주식 100%, 유니컨버스의 주식 85%를 소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면세품 쇼핑몰 사이트에 입점한 업체들로부터 받은 광고수입을 전부 챙겼다. 그런데 업체 유치에 필요한 일은 대한항공이 모두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면서 시설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대한항공에 떠넘겼다. 그것도 2~3배로 부풀려 받아냈다. 재벌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계열사의 일을 맡으면서 해야 할 일과 비용은 떠넘긴 채 이익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징수’ 행위를 한 셈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방식으로 3남매가 싸이버스카이에서 47억원을 배당 받는 등 70여억원의 이득을 취했고, 유니컨버스의 회사 일부를 207억원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싸이버스카이의 경우 3남매는 13억원을 투자한 뒤 5배 넘는 돈을 챙긴 것이다.

이런 ‘총수 일가의 기업 돈 빼가기 갑질’을 막기 위해 2015년 2월 공정거래법이 개정ㆍ시행됐다. 이 법 23조의2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조항을 통해서다. 2016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 법인과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법원의 1심과 같은 공정위의 처분을 2017년 9월 서울고법이 취소 판결했다. 3남매가 얻은 이익이 대한항공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는 공정거래법 23조의2 개정 시행 후 첫 판결로 기록됐다.

이 판결은 논란이 됐다. 김 변호사는 “재벌 기업집단 내부에서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 자체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입법정신이었는데, 법원이 거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만들 때 (일감 몰아주기 등) 특수한 거래가 있으면 그 자체로 처벌하고, 법원도 재벌 총수 일가의 처벌에 대해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심사를 하는데 그런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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