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방송서 포장된 청담동 주식부자, 결국 개미 3000명만 눈물 쏟았다

알림

방송서 포장된 청담동 주식부자, 결국 개미 3000명만 눈물 쏟았다

입력
2016.09.08 20:00
0 0

1. “현란한 말솜씨로 현혹”

대주주와 친분 과시 믿음 사

사기 행위 등 소문 퍼뜨리면

고소하며 협박도 서슴지 않아

2. 이희진 동생도 영장 발부

형제가 재산 현금화하는 등

조사 앞두고 증거 은폐 의혹

檢 “피해액 환수 방안 강구”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에서 통장을 다 까고 대주주와 친분을 과시하는데 안 넘어갈 사람이 있나요.”

지난해 6월부터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0)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주식방송을 빠짐없이 시청했던 A(41)씨. 그는 그 해 10월 “W사 비상장주식(장외주식)은 상장만 되면 2배 이상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씨 말에 솔깃해 5,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W사 주가는 3개월 만에 반토막 났고 이씨가 매입을 권한 6,000만원 상당의 주식 가격도 3분의1로 급락했다. A씨는 8일 “이씨는 악재는 꽁꽁 숨긴 채 현란한 말솜씨로 투자자를 현혹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퇴직 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고 보험ㆍ펀드를 해지하면서까지 투자한 40~60대가 많다”고 걱정했다.

이씨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지 하루 만인 8일 법원이 동생 이희문(28)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씨 형제를 믿고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본 피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모임은 현재 피해자 규모를 3,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씨는 치밀하게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급 빌라나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해 투자자들의 믿음을 샀다. 이후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경제전문지 칼럼 등을 통해 “주식투자로만 자수성가한 흙수저”라며 자신을 최고의 주식투자자로 포장했다. 이씨에게 넘어가 매월 99만원을 내고 주식방송을 시청한 유료회원들에게는 “최소 2배의 수익을 보장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환불도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이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허위정보를 퍼뜨린 뒤 미리 사둔 헐값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되팔아 150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투자자들이 의심을 품고 원금 반환을 요구하거나 부정적 소문을 퍼뜨리면 고소를 하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올해 1월 피해자 B(48)씨를 협박 및 주거침입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B씨가 돌연 연락을 끊은 그에게 “사기 행각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이유였다. 피해자 C(41)씨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이씨의 불법 행위를 공유하자 6월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동생 이씨도 구속되면서 이들 형제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급히 재산을 현금화하는 등 증거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김남홍 변호사는 “이씨가 가족 등 명의로 은닉한 투자금을 이용해 손실을 보전해 주려 한다는 소문이 떠돌아 그의 합의 요청을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이씨 형제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영리행위를 한 점은 인정하지만 허위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며 “압수품 등을 분석해 배후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액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