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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구난방 세제개편론, 정책 신뢰성만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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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구난방 세제개편론, 정책 신뢰성만 해친다

입력
2017.07.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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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제개편안을 논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간 27일 당정협의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 같다. 내달 2일 정부의 최종 세제개편안 발표에 앞서 당ㆍ정ㆍ청의 후속 조율이 주목된다. 당초 이날 협의에선 핵심 관심사인 초고소득자 및 초거대기업 증세 등 ‘부자증세’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협의 후 “세법 개정안은 관례에 의하면 정부가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증세 논의에 대해 짐짓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분출된 당의 증세론과 정부의 신중론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올해 세제 논의는 유난히 산만하고 혼란스럽다. 부자증세를 내세운 대통령 공약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취임 직후 “소득세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증세의 민감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당이 들썩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0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000억원 초과 초거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지금보다 3%포인트 올려 25%로,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려 42%로 각각 높이는 방안을 불쑥 내놨다.

정부의 ‘조심스런 증세론’이 단숨에 ‘증세 속도전’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거대기업에 한정된다”며 초고소득 증세방침을 공식화하자, 당 내 증세론은 더 나아갔다. 당초 거론되지 않은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소득세 구간 신설과 증세론이 더 나왔고, “자본소득 과세도 정비할 것”이라는 핵심 당직자의 말을 근거로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를 대폭 낮춘다는 소문까지 증폭됐다.

여당이 세제개편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프레임으로 접근해 과열 양상을 빚자 야당도 질세라 나섰다. 여당의 증세에 대항한다며 갑자기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 추진을 선언했다. ‘부자증세’에 대한 여당의 정치적 과잉이 야당의 억지스런 ‘서민감세’ 주장까지 이끌며 세제개편 논의가 경박한 이전투구 양상을 빚게 된 것이다. 세제개편은 정책 중에서도 민심을 가장 예민하게 움직일 이슈다. 세제개편에서 보다 선명한 입장을 과시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세제는 섣부른 정치바람에 흔들려서는 안 될 국가의 백년대계다. 공연한 소동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면 국민 불안은 증폭되고 국정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떤 결론을 내든, 추후 당정 간 세제개편 논의는 차분하고 무겁게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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