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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프랜차이즈… ‘커피왕’도 스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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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프랜차이즈… ‘커피왕’도 스러지다

입력
2017.07.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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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커피 1호 할리스 대박

카페베네 업계 첫 500호점

잇단 성공신화로 승승장구

‘망고식스’로 새 도전했지만

생존 걱정하는 포화시장

자금난에 직원 월급도 못줘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강훈 KH컴퍼니 대표. 뉴시스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강훈 KH컴퍼니 대표. 뉴시스

국내 커피 브랜드 ‘할리스’와 ‘카페베네’의 성공을 이끈 ‘커피 왕(王)’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망 직전 “많이 힘들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일단 자살로 추정하고,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업계는 서른 살 나이에 커피시장에 뛰어들어 토종 커피브랜드를 키워낸 그의 성공 신화를 언급하며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오랜 지인인 A씨는 “1992년 신세계그룹 공채 1기로 입사했던 강 대표가 당시 스타벅스 국내 출시 준비를 위해 약 3개월간 연수를 받으면서 커피시장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노라“고 떠올렸다. 강 대표는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에 다녀온 97년, 지인들에게 “커피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커피 청년’의 꿈은 그때부터 본격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한파로 스타벅스 국내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98년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함께 서울 지하철 강남역 지하상가에 46㎡(14평) 매장을 얻어 토종 커피브랜드 1호 ‘할리스’를 차렸다. 퇴직금에 대출금을 보탠 1,500만원으로 감행한 모험이었다.

첫 작품은 ‘대박’이었다. 99년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이 본격 늘어난 것도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 할리스는 창업 5년 만인 2003년 40개 매장을 가진 토종 브랜드로 우뚝 섰다. 하지만 강 대표는 할리스를 매각했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수십 개 매장을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이유였다.

2008년부터는 새 커피 브랜드 ‘카페베네’에 몸을 담았다. 이곳에서 그는 스타마케팅을 적극 펼치며 다시 성공 신화를 썼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던 본사를 강남구 신사동으로 옮긴 뒤, 같은 건물을 쓰는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을 끌어들이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업계 최초로 가맹점 500호를 넘겼다.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이뤄진 것도, ‘커피 왕’이라 불린 것도 이 때부터였다.

도전은 계속됐다. 2010년 KH컴퍼니를 세우고 망고 음료를 내세운 ‘망고식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쥬스식스’ ‘커피식스’ 등 음료 브랜드를 보유한 KJ마케팅을 인수,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음료시장 상황은 커피 왕도 넘지 못할 장애물이었다. 서울에만 커피전문점이 1만8,000개(업계 추정)가 넘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2년 차 생존율은 55.8%에 그친다. 커피뿐 아니라, 프랜차이즈시장 전체가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강 대표가 이끈 망고식스도 2015년과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10억여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에만 60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올해 강남 일대 대기업 사옥, 백화점 등의 주요 매장이 철수했다. 월급을 못 주면서 직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날 정도로 자금난은 심각했다.

결국 강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KH컴퍼니와 KJ마케팅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자택은 이틀 전 이사한 월세 원룸이었다. 엄혹한 프랜차이즈 전쟁은 커피 왕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24일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24일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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