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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펀드가 낫죠" 예금 안 반기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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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펀드가 낫죠" 예금 안 반기는 은행들

입력
2014.1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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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예대 마진 적고

자금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아

특판 행사마저 실종

직장인 강예원(31ㆍ가명)씨는 요즘 하나같이 엇비슷한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리 저금리라지만 예전엔 ‘특판’ 형태의 상품이 심심찮게 쏟아졌었다. 강씨 역시 2년 전 한국은행이 요즘처럼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릴 때, 외환은행의 5%대 특판 적금을 들었던 터. 강씨는 “최근엔 특판 예금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며 “은행들이 예금에 아예 관심이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A은행 한남동지점에는 최근 들어 예ㆍ적금 홍보물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지점 벽과 출입문을 둘러싸고 있는 11개 포스터 중 예ㆍ적금 관련은 4개뿐. 창구에 비치된 책자 16개 중 예ㆍ적금 책자는 4개밖에 없다. B지점장은 “요즘엔 고객들이 찾아와도 예ㆍ적금보다 펀드를 주로 추천한다”며 “저금리도 주요인이지만 은행 내부적으로 예금보다는 펀드 상품으로 인한 수수료가 수익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예금 받기를 꺼려하고 있다. 고객에게 예금을 받아 대출로 수익을 내는 게 은행 영업의 근간. 하지만 저금리로 싼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많아진데다 자금을 굴릴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지자 아예 예금유치를 위한 노력 자체가 실종된 것이다. 안전한 자금 운용처를 찾기 어려워진 고객도, 주력 영업 분야가 구멍 난 은행도 갈수록 난감한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고객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인 ‘특판 예ㆍ적금’은 지난 8월말 국민은행의 ‘박인비 그랜드슬램예금’(6개월 만기 기준 연 2.25%, 12개월 2.3%) 이후 사라진 상태다. 당시 2,000억원 한도의 상품이 5영업일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은행들은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매년 관행처럼 특판 상품이 출시됐던 ‘저축의 날(10월28일) 특판 예금’도 올해는 건너 뛰었을 정도.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특판 상품은 대개 은행이 단기간에 큰 자금을 필요로 할 때 출시하는데 지금은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다 조달해 봐야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아 특판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주력 예금상품 금리는 연 1.99~2.10% 수준. 이처럼 낮은 금리에 은행들이 예금 유치에도 무관심해지면서 예금 증가 속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 은행의 원화예금 총수신 규모는 지난 9월말 현재 약 1,057조원.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2010년 한때 20%에 육박하던 월별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최근 2년간 1.6~5.5% 수준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추세에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것) 감소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기준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2009년 9월(2.27%) 이후 5년 만에 최저치인 2.4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같은 금리 수준에서는 예ㆍ적금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점점 보험, 펀드, 카드 등의 판매 수수료(비이자수익)에 집착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30 대 70 수준이던 비이자수익 대비 이자수익 비율이 최근엔 45 대 55 정도까지 올라왔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은행의 예금 외면과 비이자수익 집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은정 중앙대 교수는 “상품 판매 수수료만으로 목표수익을 채우려다 보면 자칫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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