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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직후 조건부 대화 제스처 '양면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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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직후 조건부 대화 제스처 '양면 전술'

입력
2015.08.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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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심리전에 극도 민감 반응

뼈아픈 '아킬레스건' 자인

김양건 명의로 김관진에 서한

"현 사태 수습 노력할 의사있다"

북한군이 화력 도발을 감행해 경기 연천군 일대에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20일 밤 연찬군 중면 사무소 앞 삼곶리 민방공 대피소에 긴급 구호 물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이 화력 도발을 감행해 경기 연천군 일대에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20일 밤 연찬군 중면 사무소 앞 삼곶리 민방공 대피소에 긴급 구호 물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은 20일 서부전선에서 10개월 만에 포격을 감행하며 이번 도발이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를 향한 대응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응 사격에도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는 대신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추가적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는 한편 조건부 대화에 나설 뜻까지 내비치며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대북 심리전 중단하라”北 아킬레스건 자인

북한군은 두 차례의 화력 도발 직후인 오후 5시 국방부 앞으로 보내온 총참모부 명의의전통문에서 “48시간 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도발 이유가 대북 심리전 중단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군은 우리 군이 북한 지뢰 도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한 뒤로 조준타격을 운운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군은 이전부터 대북 심리전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보수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에도 고사포를 발사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두고 우리 군이 공언한 ‘단호한 대응’에 비쳐 한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도발로 북한이 뼈아프게 느끼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첫 번째 도발에선 군부대 지역이 아닌 야산으로 고사포를 한발 발사하는 데 그쳤고, 두 번째 화력 도발도 비무장지대를 겨냥했다. 대북 확성기를 조준사격 하지도 않았고, 인명피해를 노린 것도 아닌 엄포용 도발인 것이다. 심지어 우리 측의 수십 여발 대응 사격에도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은 도발 직후 군 전통문을 발송하기 직전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남 부서 책임자인 김양건 당 중앙위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를 전달해왔다. 군사적 긴장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 창구를 열어놓으며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형적인 화전 양면 전략이다. 이는 군사분계선 및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 될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을 우려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중재 혹은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출구를 마련해놓으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조건부 위협과 대화 제스처로 화전양면 전술

우리 정부는 이번 서한 전달은 우리에 대한 포격 도발과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뢰도발에 의한 상황 악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교란전술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도발 이후 곧바로 대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대북심리전 중단을 빌미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려고 일종의 명분 쌓기 도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도발과 대화를 병행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전략이지만 거의 동시에 신호를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그만큼 대북 확성기 중단이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위협의 의도가 대화에 목적이 있지만, 포괄적인 남북관계 개선이라기 보다는 확성기 방송 중단 목적을 달성시키려는 조건부 대화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인근에서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인근에서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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