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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도박이냐, 아니냐... 오승환 임창용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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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도박이냐, 아니냐... 오승환 임창용의 운명은

입력
2015.1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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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임창용.
오승환.
오승환.

14차례 81억 탕진 장세주 전 회장

상습도박 혐의 인정 안 돼 벌금만

필리핀서 2억 도박 신정환은 실형

‘상습’ 기준 애매해 판결 자의적

경찰, 원정도박 20여명 계좌 추적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33) 임창용(39)에 대한 검찰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이들의 상습도박 혐의에 대한 처벌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습’ 판단에 대한 판결이 자의적이어서 재판부 판단에 따라 형량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14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두 선수에 대해선 상습도박 혐의로 정식 또는 약식 기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11월쯤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각 억대의 판돈으로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도박 규모를 수천만원만 인정했으나, 검찰은 초범이라도 도박 시간, 장소, 형식, 금액에 따라 상습도박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도박 피의자는 일반 도박 또는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되는데, 문제는 형량 차이가 큰 반면 두 범죄 행위의 차이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형법 246조에 따르면 일반 도박은 벌금 1,000만원 이하, 상습도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가 선고된다. 상습도박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이 도박에 가담한 경위 및 도박의 성질과 방법, 규모 등을 고려해 습벽 여부를 판단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다. 두 선수의 경우도 약식 기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재판부별로 상습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 사법부의 최종 처벌수위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장세주(62) 전 동국제강 회장과 방송인 신정환(40)씨의 상습도박 사건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단이다.

장 전 회장은 지난 5월 2001~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4차례, 81억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장 전 회장의 경우 상습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 전 회장은 ‘상습성은 반복해 도박행위를 하는 습벽으로서, 행위자의 속성을 말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상습도박 혐의를 벗었다. 재판부는 그가 카지노 전용 비행기를 타고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어도 ▦카지노 송금액에 (베팅뿐 아니라) VIP 게임룸 예약 용도도 있어 전체를 도박자금으로 볼 수 없고 ▦도박 일시가 (시간대별이 아닌) 일정한 기간으로 특정돼 구체적 도박시점을 알 수 없다며, 제시된 증거를 좁게 해석해 이같이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 전 회장은 일반도박 혐의로 벌금 1,000만이 선고됐으나, 횡령 혐의도 인정되면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반면 신씨의 경우 2010년 필리핀 세부의 카지노에서 2억1,000만원을 이용해 도박을 한 상습도박 혐의가 인정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신씨의 공소사실 역시 2010년 8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로 도박시간 없이 기간만 기재됐지만 당시 재판부는 문제삼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일반대중 및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벌어들인 재산을 외국 카지노에서 탕진한 점 ▦공인이 반복해서 도박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점 ▦연예인의 도박 행위가 청소년 등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장 전 회장과 신씨에게는 이전에도 상습도박에 대해 다른 기준이 적용됐었다. 장 전 회장은 1989년 8월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약 1억원을 칩으로 바꿔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모든 혐의를 자백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외국환관리법위반 등만 인정됐고 상습도박 혐의는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신씨는 2002년 8월 25일 필리핀의 한 카지노에서 1만3,000달러 가량 도박을 해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기소돼 처벌 받았다. 당시 판결문은 ‘수 회에 걸쳐 도박을 했다’고만 밝혀, 구체적인 도박시점 등은 적시하지 않았다.

법조계 한 인사는 “해외카지노에서 1억~2억원을 쓴 걸로도 상습도박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장 전 회장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애매한 법 규정을 두고 법원의 상반된 적용 결과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도박을 벌인 프로야구 선수들의 처벌 결과도 속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카오 원정도박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사 대상자를 20여명으로 늘리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수대 관계자는 이날 “당초 국내 조직폭력배와 프로야구 선수 등 4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추가로 발견돼 20여명의 출입국ㆍ통신 기록과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6명에 대해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라이온즈 선수 윤성환(34)과 안지만(32)은 아직 경찰에 소환되지 않았으며 추가 수사 대상에 프로야구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두 사람이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 종료 후 마카오에서 각각 10억원대의 원정도박을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해 올해 8월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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