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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마트폰 채팅 앱 파고든 '은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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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마트폰 채팅 앱 파고든 '은밀한 거래'

입력
2014.1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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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기술 발달로 거래수법도 진화, 인터넷·스마트폰 익숙한 젊은 세대

마약거래 유혹에 쉽게 노출 우려, 당국 "사적 대화는 모니터링 못해"

인터넷·스마트폰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마약 거래는 물론 남녀의 만남도 쉽다.
인터넷·스마트폰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 마약 거래는 물론 남녀의 만남도 쉽다.

#1 지난달 10일 정모(40)씨는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앱) ‘O톡’ 이용자 게시판에 ‘한 칸, 한 짝, 반 짝 팝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수수께끼 같은 이 문구는 마약 거래자 사이에서 ‘필로폰을 판다’는 의미로 통한다. 한 칸은 주사기 한 칸(0.07gㆍ1~2회분), 한 짝은 주사기 한 대(0.7~0.8g)를 뜻한다. 마약 경험이 있던 이모(31)씨는 쪽지를 보냈고, 며칠 뒤 2회에 걸쳐 ‘한 짝’을 80만원에 구입해 투약했다.

#2 지난 8월 12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얼음, 크리스탈 팝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역시 필로폰 판매를 뜻하는 은어였다. 열흘간 이 글을 읽고 마약을 사 투약한 사람은 12명으로 구매자 중 8명은 20~30대 젊은 고객들이었다. 판매책 김모(42)씨와 이모(37)씨는 필로폰 0.7~0.8g이 든 주사를 대당 70만~80만원에 팔았다. 경찰이 이들에게 압수한 필로폰은 총 20g, 400~600회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인들을 통해서만 은밀하게 이뤄지던 마약 거래가 스마트폰 채팅 앱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 발달로 마약 구매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스마트폰 채팅 앱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은어를 사용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정씨 등 판매책 5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산 마약을 투약한 이씨 등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장모(47)씨는 올해 4월 초 채팅 앱 ‘X메이트’에 ‘한 잔 할 사람(아는 사람만)’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술을 마시며 필로폰 투약을 하자는 내용을 단번에 알아차린 김모(37ㆍ여)씨는 반사적으로 장씨에게 쪽지를 보냈다. 마약 판매책인 장씨는 서울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김씨 등 여성 2명에게 필로폰 0.03~0.05g이 든 주사를 두 차례씩 놓고, 자신도 6회 투약했다.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확산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이 마약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확산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이 마약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확산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이 마약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상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팀장은 “올해 들어 교육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재활센터에서 치료 중인 마약 투여자 5명 중 1명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마약을 산 20~30대”라며 “단순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대는 젊은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하루 속히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신 당국은 모든 인터넷 게시물을 감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상의 마약거래 의심 게시물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새로운 은어가 수시로 생겨나고 인력도 부족해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마약 거래가 스마트폰 앱의 1대1 채팅에서 이뤄진다면 사적인 통신 영역이므로 모니터링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키워드 검색 등을 통한 전문 감시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독성이나 사회에 미치는 해악 등 마약 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분별한 모니터링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니 기존 사례에서 나온 마약 은어, 용례를 데이터로 만들어 특정 단어를 검색하는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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