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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집과 독선으로 몰락 재촉하는 제1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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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집과 독선으로 몰락 재촉하는 제1야당

입력
2015.1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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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에 놓였다. 당의 두 축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서로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넌 형국이다. 문 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일축하고 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대표와 비주류 일부의 이탈도 감수하고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측은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분당과 같은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4일 안 전 대표가 제시했던 당 부정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10대 혁신안을 전폭 수용하겠다며 관계회복의 손짓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측은 혁신 전당대회 거부로 결별 수순에 접어든 마당에 뒤늦게 혁신안을 수용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양측의 기세로 보아 현재로서는 어떤 타협이나 접점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탈당 불사론도 감지되고, 비주류 일부는 문 대표 퇴진운동을 본격 전개할 태세다. 협량한 모습만 보여온 문 대표에게 과연 이런 상황을 타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1야당의 극심한 내홍을 바라보는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시선은 싸늘함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엊그제 새해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정부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갈팡질팡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 야당이다.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심각한 현안 문제들의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국정의 발목만 잡는다는 원성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당 내 주도권과 공천권 다툼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당 지지도는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여당의 반 토막 수준이다.

제1야당의 지리멸렬과 기능부전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싸우다 끝내 분열하면 내년 총선 결과는 보나마나 참패다. 강한 야당의 견제와 감시가 없으면 국정이 제 방향으로 굴러갈 수 없다. 우리가 야당 분열상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몰락해가는 야당의 주도권과 공천권을 놓고 죽기살기로 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아집과 독선을 내려놓고 제1야당을 살릴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는 식으로 압박해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무슨 명분을 내걸든 국민 눈에는 이기적인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칠 뿐이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서로가 먼저 양보하고 자기희생을 하지 않으면 분열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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