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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단열재 '드라이비트 외벽'이 불쏘시개 역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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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단열재 '드라이비트 외벽'이 불쏘시개 역할했다

입력
2015.0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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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서 도심 건물들에 시공 많지만 불에 취약… 유독가스 발생 치명적

강남도 3곳 중 1곳 가연성 외장재, 내부 마감재에 비해 규제 허술

1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아파트 화재 현장. 화재가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옮겨 붙은 해뜨는 마을 아파트 건물의 외벽과 골조가 검게 그을려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1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아파트 화재 현장. 화재가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옮겨 붙은 해뜨는 마을 아파트 건물의 외벽과 골조가 검게 그을려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10일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는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상층부와 인근 건물로 옮겨 붙으며 피해가 커졌다. 문제가 된 아파트 건물 외벽은 이른바 ‘드라이비트(Drivit)’로 불리는 외단열시스템으로 마감 처리됐다. 콘크리트벽에 스티로폼 단열재 등을 붙여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번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드라이비트가 서울 등 도심 곳곳의 대형건물에서도 다수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드라이비트 등의 외단열시스템은 단열효과가 뛰어나고 시공비가 저렴한데다 시공이 편해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에 취약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외벽을 타고 불이 빠르게 확산되고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제 서울 도심에서도 다수 건물에서 이 같은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민세홍 교수팀이 발표한 ‘외단열시스템 외장재로 시공된 다세대 공동주택의 화재 위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강남 역삼동 일대 769개 건물 중 드라이비트, 메탈판넬 등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를 쓴 곳이 256개(33%)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인 강남 건축물 10곳 중 3곳 이상이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셈이다.

더구나 이들 건물 중 다수가 이격 거리가 1~2m 미만인 것으로 조사돼 화재 발생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잡히지 않지만 다세대 공동주택은 물론 학교 등 교육기관 건물에도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연성 외장재로 인한 대형 화재 가능성이 높은데도 상대적으로 규정이 촘촘한 내부 마감재에 비해 외부 마감재의 규제는 매우 허술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부 마감재에 대한 규제는 다중이용업소와 30층 이상의 공동주택에만 한정돼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재나 공법이 단열에 아무리 효과적이라고 해도 화재 발생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는 만큼 관련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초고층 건물이 아닌 저층 건물에 대한 법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팀도 연구 결론에서 “뉴질랜드에서 적용하고 있는 용도에 따른 사용제한과 더불어 1층 등 저층부와 약 25m인 지상 8층을 넘는 고층부에 대해서는 사용제한을 해야 한다”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돼 있는 다세대 공동주택과 어린 학생들이 머무는 교육시설 등에는 사용을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이 아닌 저층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밀집 정도 등 특성을 감안해 외장재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에 대해 스프링클러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은 차량화재가 바로 주거시설로 번질 수 있는 환경임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주차장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11층 이상의 건물이기 때문이다. 미국 방화협회(NEPA) 조사에 의하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에서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화재 확산을 막는 비율이 95%일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다. 의정부 이재민대피소의 한 피해 시민은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불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10층 이하의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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