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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만 키운 역사교과서 혼용, 국정 전면 철회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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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만 키운 역사교과서 혼용, 국정 전면 철회가 옳다

입력
2016.1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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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내년도 역사교과서를 국정과 검정을 혼용해 사용하기로 했다. 희망하는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국정교과서 폐지 의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국민이 긍정적 의견을 내 혼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찬반 여론에 따라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국정교과서 폐기를 피해 보려는 꼼수일 뿐이다.

교육부의 어정쩡한 결정이 학교현장에 초래할 피해와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정교과서는 새로 개정된 2015교육과정이 적용된 반면, 기존 검정교과서는 현행 2009교육과정으로 만들어졌다. 고교생들의 경우 수능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지정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교육과정으로 배우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건국 시점, 산업화 시기 공과 등 기술 내용이 다른 게 적잖다. 당초 교육부도 이런 혼란을 고려해 국정 1년 유예 방안을 검토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추진된 정책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으면 바로잡아야 하는데도 미련을 못 버리고 편법을 쓰니 해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정교과서 사용 희망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지원금을 준다고 밝혔지만 일선 학교에서 얼마나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연구학교 지정을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학교장이 신청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갈등만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 현장에서의 국정화 반대 분위기로 볼 때 과거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교학사 교과서가 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친일ㆍ독재 미화 논란으로 실제 교과서로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국민의 70%와 역사 교사 90%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정 교과서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국정화는 애당초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마당이다. 국회에는 ‘국정역사교과서 도입 금지법’이 상정돼 내년 2월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3월에 학교에 배포되기도 전에 폐기 처분될 공산이 크다. 교육부로서는 일단 예봉을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겠지만 그로 인한 혼란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온통 뒤집어써야 한다. 지금이라도 시대착오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깨끗이 포기하고 전면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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