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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4조원 준다 해도 못 받아… 배 인양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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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4조원 준다 해도 못 받아… 배 인양이 더 급하다"

입력
2015.04.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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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 절차 무시하고

협의도 없이 결정돼 유감

돈으로 사건 종결하려 하나"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에서 한 희생자 가족이 아들의 사진에 입을 맞추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제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 등을 이같이 의결하고 4월부터 설명회 개최와 현장 접수 등 배·보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에서 한 희생자 가족이 아들의 사진에 입을 맞추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제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 등을 이같이 의결하고 4월부터 설명회 개최와 현장 접수 등 배·보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세월호 희생자 배상금 및 보상금 지급방안 소식을 접한 유가족은 ‘진상 규명 없는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배ㆍ보상 수준을 놓고 일부 유가족의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기 위해 유가족회 차원의 공식입장을 자제하며 차분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일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들은 정부가 (4억2,000만원이 아니라) 4조2,000억원을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다”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정부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ㆍ보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유가족이 돈을 더 달라고 농성 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걱정이 된다. 유가족의 본 뜻을 그대로 알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유족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도 “해양수산부가 유족과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배ㆍ보상안을 결정했다”며 “이런 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고의 과실이 확정된 뒤에 이뤄져야 하는데, 법률적 절차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발표가 여론을 호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억단위의 배상금을 앞세워 발표해 국민들에게 ‘유가족이 돈을 많이 받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금전적인 차원을 넘어 유가족이 세월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은 국가 배상액이 민사상 판례와 관행에 따라 획일적으로 책정된 데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51)씨는 “그 누가 희생된 아이들의 인생을 돈 몇 푼으로 한정할 수 있겠느냐”며 “참사 이후 이 나라가 유가족에게 보인 모독의 결정판”이라고 질타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꿈이 있는데 정부가 도시일용근로자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배상하고 말겠다는 데 가족들의 상처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재경지법의 한 민사담당 판사는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통상 직업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도시일용근로자 기준으로 액수를 적용한다”며 “60세가 될 때까지 매달 지급되도록 산정하기 때문에 취업현실을 고려하면 그렇게 적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보다 배ㆍ보상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소식을 접한 일부 일반인 유가족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인 유가족 A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부터 단원고 학생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소외감을 지울 수 없다”면서도 “유가족이 배상금 운운하는 것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의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일반인 유가족 B씨도 “사전에 전혀 보상 얘기를 접하지 못한 터라 당혹스럽다”며 “금액이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내부에서도 국가가 지급하는 위자료 액수가 일반교통사고 수준에 맞춰 책정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따른 사망사고 위자료로 산정된 1억원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례를 치렀더라도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희생자 가족들이 많은데, 수급 신청기간이 6개월에 불과해 너무 짧다”고 꼬집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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