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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사법개혁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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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사법개혁 첫걸음이다

입력
2017.09.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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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을 만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여부 등을 논의했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과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한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시작 사흘 만에 블랙리스트 의혹 해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진위 규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3월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를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퍼지는 와중에 불거졌다. 법원행정처가 개별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해 이를 토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대법원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나면서 판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지난 6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결의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를 묵살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는 배경에는 대법원 수뇌부에 대한 판사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무성했던 터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 들어 권력 주변에서 나온 석연찮은 행적들이 사법부 불신을 키웠다.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등장한 ‘법원 길들이기’ 나 ‘법원 지도층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의 표현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판사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게이트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재 여부를 떠나 판사 블랙리스트가 거론된 것 자체가 사법부엔 부끄러운 일이다. 이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지 않고는 국민적 화두인 사법개혁에 매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법원 내에서는 조사 방법을 놓고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 모양이지만 대법원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독립적 기구를 통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법원과 판사회의가 공동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뒤 상당한 기간이 흐른 만큼 자료가 삭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억측과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재조사는 사법개혁과 국민의 사법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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