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금융기관 사라지고 결국 비트코인 거래소가 남는다

알림

금융기관 사라지고 결국 비트코인 거래소가 남는다

입력
2015.02.13 16:10
0 0

국가가 화폐 쥐락펴락 못하게 돼

세금 부과도 더욱 어려워져

정부의 통제로부터 탈출 꿈꾸는

자유지상주의자의 성공 사례 될 것

가상통화 혁명 노구치 유키오 지음ㆍ김정환 옮김 한스미디어ㆍ280쪽ㆍ1만6,000원
가상통화 혁명 노구치 유키오 지음ㆍ김정환 옮김 한스미디어ㆍ280쪽ㆍ1만6,000원

2013년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투기적 관심 때문이었다. 비트코인을 현실의 화폐로 환전해 주는 일본의 환전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큰 피해를 입고 폐쇄되자 일본인들은 “비트코인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혁명’의 저자 노구치 유키오는 이런 비판이 비트코인을 잘못 이해했기에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해킹당한 것은 실제 화폐와 비트코인을 환전하는 곳이었을 뿐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는 안전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노구치가 주목한 비트코인의 혁신은 ‘관리 주체가 없는 송금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거래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뜻이다. 은행, 카드사, 전자결제업체 등 기존 금융시스템의 거래에는 반드시 수수료가 발생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국가간 거래 장벽이나 별도의 관리가 필요 없는 네트워크 화폐다. 온라인 소액 결제 서비스가 특히 비트코인과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1월 CJ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빙고’가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설치된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가상통화의 신용도에 논란이 있음에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환전소와 점포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설치된 비트코인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가상통화의 신용도에 논란이 있음에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환전소와 점포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거래 비용 절감은 당장 눈에 띄는 작은 효과일 뿐이다. 노구치는 책에서 더 먼 미래상을 제시한다. 그는 비싼 수수료에 의지한 금융기관은 사라지고 비트코인 거래소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민간 업체가 늘어날수록 국가는 화폐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외국 통화로 도피가 쉬워지고 세금 부과는 더욱 어려워진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가 주창한 ‘화폐 발행 자유화’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노구치는 “비트코인은 시작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한다. 비트코인은 중앙 서버의 통제 없이 분산된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한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는 거래기록 파일 ‘블록체인’에는 모든 거래 기록이 남고 이를 조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비트코인 거래는 그 어떤 금융거래보다 투명하다.

비트코인 발행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발된 프로그램 ‘에테리움’은 ‘블록체인’기술을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활용해 중앙 서버를 둔 현재 네트워크 서비스를 ‘주인 없는’ 공동 네트워크로 재편성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한 1990년대에 사이버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인터넷 공간을 현실 권력으로부터 완벽히 독립된 영역으로 여겼고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는 주요 IT 기업이 보유한 중앙 서버를 통해 정보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유해한’ 웹페이지를 차단하고 카카오톡 서버를 압수수색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이러한 통제로부터 탈출하려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도전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현실에서는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상점과 서비스가 아직 소수다. 마운트곡스 사례에서 보듯 비트코인을 통해 재산을 축적하려는 시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취약점도 노출했다. 하지만 저자는 비트코인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지 않은 이상 보완할 수 있는 문제점일 뿐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을 불신하기보다 그것이 펼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꽤 설득적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