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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사위가 뭐길래

입력
2018.07.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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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가 상원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2013년 5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 성토장이 됐다. 여야 합의로 넘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환노위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법사위가 과징금 부과 기준을 5%로 완화한 것이다. 당시 여당 소속 김상민 의원은 “법사위 수정안은 거의 개정안에 가깝다. 그러면 상임위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법사위의 월권을 규탄했다.

▦ 법사위도 국회의 일개 상임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위헌 가능성 및 다른 법안과의 충돌 여부를 최종 점검하는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을 갖고 있어 ‘상원’으로 통한다. 본회의로 가는 최종 관문은 그러나 유해물법 개정안 처리 때처럼 입법 취지를 훼손할 정도로 법안 내용을 수정하거나 법안을 장기 표류시키는 통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5월에는 공무원연금법 처리 무산에 반발한 법사위원장이 전자 서명을 거부하며 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하는 파동까지 벌어졌다.

▦ 법사위는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는 최후의 견제 장치로도 기능했다. 17대 국회 이후 야당이 법사위 위원장을 고집한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래 취지를 벗어나 견제 기능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여당은 수시로 반발했다. 올해 1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을 아예 폐지하겠다며 꺼낸 ‘법사위 갑질 방지법’이 대표적이다. 의도적으로 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던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향한 극약 처방이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과거 민주당 법사위원장도 보수 여당의 입법 시도를 수시로 저지했던 터라 민주당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 여야가 법사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 끝에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법사위원장은 관행대로 야당이 맡되 제도 개선을 통해 월권 논란을 해소키로 했다. 논란의 핵심인 체계ㆍ자구 심사는 본래 취지에 맞춰 운영키로 신사협정을 맺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거 경험 상 이 정도 타협으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체계ㆍ자구 심사는 법률 전문가가 드물어 이중삼중의 심사 장치가 필요했던 1951년에 만들어진 규정이다. 낡아도 너무 낡은 틀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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