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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은행 대출 회사에도 낙하산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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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은행 대출 회사에도 낙하산 갑질

입력
2016.10.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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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기업 임원자리에 퇴직자 낙하산…을인 기업, 산은 임직원 출자회사에 일감몰아줘

대출 계약에 ‘산은 추천자 임원으로 뽑아야’ 갑질 계약

기업은 두레비즈(임직원 100% 출자 자회사)에 90억원 안팎 매출 안겨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산업은행이 퇴직자들을 낙하산으로 받아주는 것을 조건으로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산은 임직원들이 100% 출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확인됐다. 산은과 기업들의 검은 낙하산 유착 고리가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출자회사만이 아니라 단순히 대출을 해준 회사에까지 광범위하게 뻗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3일 한국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산업은행의 민간사업자 대출요건 및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산은은 대출을 해준 사회간접자본(SOC) 기업 4곳에 올 3월 무더기로 산은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내려 보냈다.

최근 개통한 서울 시흥동~우면동 간 강남순환고속도로 시행사인 강남순환도로㈜에 이모 전 산은 강북지역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경기 포천시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천파워에는 박모 전 산은 성장금융1실장이 상무로 내려갔다. 또 서수원~의왕 간 고속도로 건설ㆍ운영 업체인 경기남부도로㈜ 대표이사에 이모 전 산은 여신심사평가 담당 부행장, 경기 구리시 토평동~포천시 신북면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ㆍ운영업체인 서울북부고속도로㈜ 부사장에 곽모 전 KDB우즈베키스탄 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산은은 이 4곳의 민간사업체에 2008년~2015년 사이 총 5조원 안팎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주선했고, 8월말 현재 6,200억원을 웃도는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4개 기업 중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강남순환도로(13%) 1곳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남부도로는 지난해 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았는데, 당시 대출 심사평가 책임자가 현재의 이 대표였다. 현직 때 대출을 해준 회사에 퇴직 후 재취업한 것이다.

이렇게 무더기 재취업이 가능했던 것은 PF대출 계약 당시 체결한 이면 계약 때문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산은과 기업들 간 PF대출 계약에 따른 부속 협약에는 ‘회사는 산은에 재무담당 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하며, 이사회는 산은이 추천한 자를 임원으로 선임되도록 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산은 출신을 임원으로 앉힐 것을 강제한 것이다.

더구나 이 기업들은 산은 임직원들의 친목모임인 행우회가 100% 출자한 회사인 용역업체 두레비즈에 일감까지 몰아줬다. 강남순환도로는 올해 통행료 수납 업무를 두레비즈에 맡기면서 26억여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경기남부도로도 올해 4월부터 2018년말까지 58억여원 규모의 통행료수납 계약을 체결했고, 포천파워는 올해 4월~2017년 3월 4억여원의 경비용역 계약을 맺었다. 경기남부도로와 포천파워는 각각 2012년과 2014년부터 두레비즈와의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산은 측은 “이들과 두레비즈 간 계약은 모두 경쟁입찰을 통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강남순환도로와 경기남부도로 계약의 경우 두레비즈는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사를 통해 수주를 한 뒤 하도급계약 등으로 일감을 다시 가져오는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의 재산으로 국책은행이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퇴직자 낙하산 기착지로 활용하고 행우회에 일감 몰아주기를 강요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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