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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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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 나갈 것이다”

입력
2017.01.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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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박 열사의 사진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박 열사의 사진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1987년 당시 목숨까지 던져가며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고 박종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합시다.”

1987년 1월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옛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둔 22세 청년. 현대사의 비극을 안고 떠난 고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가 30년이 흐른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라는 제목으로 박 열사 30주기 추모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박 열사 친형 종부(59)씨를 비롯해 6월 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종부씨는 추모사에서 “이제 나는 곧 종철이를 만날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 나갈 것”이라며 “그걸 부둥켜안고 이야기하겠다.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 말자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 박종철ㆍ이한열 열사처럼 많은 분이 희생했기에 87년 6월 항쟁이 가능했다”며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까지 함께 해야 두 열사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은심씨는 “종철이가 남영동에서 죽었다는 기사를 봤을 때 이 부모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했다. 근데 얼마 안 돼서 내 아들이 그 사람들 손에 죽어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배씨는 “광화문광장에 오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마치 30년 전 이한열 애미의 모습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게 하루빨리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추위 속에서도 시민 500여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시민들은 방한복과 장갑, 목도리 등으로 몸을 꽁꽁 싸맨 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박 열사 고문치사사건 당시부터 현재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추모영상을 보던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대학생 김정인(23)씨는 “국가 권력에 맞서다 숨을 거둔 박 열사를 생각하고 있자니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무너져 버린 현 시국에 목소리 조차 내지 않았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며 고개를 떨궜다. 광장에는 낮부터 추모전시회도 마련됐다. 박 열사의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물고문 현장,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오전에는 박 열사가 잠든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박 열사 유족, 기념사업회 관계자, 서울대 동문과 재학생 등이 참석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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