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에선가 인간의 영혼이 실은 하나라는 구절을 ‘그런가’하며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바람에 갈대처럼 휘둘리다 보면 ‘그럴 리가’싶어질 때가 더 많다.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우쭐해졌다가 한 순간 누구도 주워가지 않을 만큼 너절해지기도 하는 영혼이 하나라니, 싶어지는 것이다.
저 카슈미르인 남자의 표정에서 읽히는 영혼은 단테가 옳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이 얼굴로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높다란 기쁨과 가장 깊다란 슬픔이 저 표정 안에서 하나다. 사연을 가리고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보자면 그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하나의 표정으로, 하나의 영혼으로 웃다가 울다가 하고 있을 것이다.
기록적인 홍수로 집과 가족을 잃은 남자가, 함께 잃은 줄 알았던 여동생을 15일 이재민캠프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카슈미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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