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내가 제일 억울하다] 유신ㆍ386세대 민주주의 성숙시켜… X세대는 90년대 대중문화 주도

입력
2017.12.16 04:40
9면
0 0

2000년대 등장 88만원ㆍ삼포세대

경제난ㆍ양극화 등 의미 담겨

“젊은층들 시대마다 최선 다해”

한국 현대사에서 세대라는 말은 ‘해방세대’, ‘베이비붐 세대’로 시작했다. 1945년 광복 즈음에 태어나 1950년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은 가난과 배고픔에 고통받았고, 다른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국가 주도 산업화의 역군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중동건설 현장, 독일의 탄광, 베트남의 전쟁터를 누볐다. 이들 세대의 고된 노동과 국가 건설을 위한 헌신이 있었기에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이 현실화했다.

먹고사는 문제와 함께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도 이들 세대의 과제였다.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4ㆍ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을 몰아내고 제2공화국의 전환기를 열었다. 광복 즈음 태어나 1960년 청년기를 맞은 4ㆍ19세대는 저항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결실을 쟁취한 첫 세대라고 할 만하다.

4ㆍ19세대에 이어 1970년대에 20대였던 유신세대(민청학련세대), 1980년대에 20대였던 386세대가 민주화 운동 세대로 꼽힌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 영향으로 경제는 고속 성장했지만,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사 정권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누르자 이에 저항한 운동세대들이다.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 의지를 노골화하며 1972년 유신 체제를 선포하자 맞서 싸운 20ㆍ30대가 유신세대다. 이어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제2의 군사독재기에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에 저항한 386세대가 형성됐다. 386세대는 1987년 6ㆍ10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의 결실을 얻어 내고 한국 민주주의를 한 차원 성숙시킨 주축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으로 목숨을 잃거나 수감생활을 하는 등 희생이 컸던 이들 민주화 운동 세대는 뚜렷한 정치성을 바탕으로 정치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유신세대는 3김 시대의 중심이었고, 이제 50대가 된 386세대는 현재 집권 여당의 핵심이다.

1990년대 들어 등장한 ‘신세대’ ‘X세대’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격변을 상징한다. 경제적 풍요와 민주주의 발전을 바탕으로 문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나는 나’라는 광고 카피가 보여 주듯 국가, 민족, 집단 중심의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개인의 정체성과 개인적 선호를 중시하는 세대다. 강한 소비 성향과 튀는 패션, ‘서태지와 아이들’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의 주도층이다. 이후에도 ‘Y(Young) 세대’ ‘N(Net) 세대’ ‘W(Worldcup) 세대’ 등 알파벳으로 이름붙은 다양한 세대가 등장했다. 저항의 광장이 아닌 열정의 광장이었던 월드컵 거리 응원을 경험한 ‘P(Participation, Passion, Power) 세대’도 있다. 박진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소장은 “이전의 세대론은 시대별로 당시 청년들이 사회 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X세대 이후의 세대는 수많은 특징을 유형화해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등장한 세대들은 전례 없이 우울한 빛깔을 띠고 있다. ‘88만원 세대’(월급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세대) ‘삼포세대’(취업 연애 결혼의 3가지를 포기한 세대) 등 부정적인 의미 일색이다. 1997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고속성장한 한국 경제의 토대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민낯이 드러난 후 세대를 규정하는 시각은 경제난과 양극화, 부정적 전망으로 점철된다.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기에서 저성장시대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시기를 거쳐 왔음을 보여 준다.

방희경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8만원 세대와 삼포세대는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진보 진영의 시각이 적극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88만원 세대와 삼포세대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사회적 양극화 등을 불러 일으키고 이를 강화시키는 당시 정치제도의 실패에 대한 비판이며, 대중들의 심리적 위기감을 자극해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가정의 양립, 여가 중시,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 다양성 존중 등 탈산업화로 나아가는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도 이 세대다. 이런 점에서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가 대변하는 가치는 한국사회가 나아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세대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변화발전을 한 국면에서 보여 주는 단면이다. 시대적 환경과 과제가 재서술된 것이 세대론인 것이다. 박 소장은 “세대론은 자칫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고 젊은층의 자발적 의사 표출을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각 시대마다 젊은층들이 최선을 다해 살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더 힘들었다거나 누가 혜택을 많이 받았다거나 하는 주장은 결국 한국사회가 어디서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세대의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모든 세대의 몫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