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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복무제 논의를 재촉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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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체복무제 논의를 재촉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판결

입력
2016.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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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형사항소3부가 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무죄로 보는 1심 판결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원의 기류가 그만큼 달라졌다는 뜻이다. 추후 대법원 상고심이 열릴 것이고 헌법재판소 또한 양심에 따른 입영 거부자 처벌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하니 정부와 시민사회가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모아 시대에 맞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종교ㆍ개인의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한 재판부의 의견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와 양심의 자유라는 가치가 충돌할 때 전자를 우선시한 이제까지의 인식을 뒤집은 것이니 의미가 작다고 할 수 없다.

재판부는 또 “소수자의 논리를 외면하고 대체복무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입영 거부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면제 등의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무리한 병역 강요 외의 대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 셈이다.

민주주의 의식이나 경제수준이 높은 상당수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유럽연합 기본권헌장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명문화하는 등 국제 사회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추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헌법재판소 또한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의 공존 방안을 검토하라고 국회에 주문한 적이 있다. 정부 역시 대체복무 허용 방안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가 여론을 이유로 백지화한 일이 있어 이 제도를 낯설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클 수밖에 없다. “현역병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국방부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이미 입대해 있거나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느낄 불만을 쉬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양심에 따라 입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마다 젊은이 수백 명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현실을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총을 잡는 대신 사회복지시설이나 소방서 등에서 현역병보다 더 오래 복무토록 하는 등 형평성과 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한 방안들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양심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사회의 유용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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