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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도박ㆍ게임 중독은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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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도박ㆍ게임 중독은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입력
2016.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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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국내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내년까지 1조원 규모 신규 게임시장을 창출하는 내용의 ‘게임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가상현실(VR) 같은 체험형 게임 및 의료ㆍ교육 분야를 포함하는 기능성 게임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번 방안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고스톱ㆍ포커ㆍ바둑 등 사행성 도박게임과 아동ㆍ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규제(셧다운제)를 완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도박게임 1회 배팅 한도를 현행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리고 월 결제한도 또한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부모가 동의하면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자정~새벽 6시) 게임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게임산업의 해외 수출액이 30억 달러를 넘어설 만큼 ‘수출역군’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글로벌 경쟁 심화와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세가 둔화해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게임의 중요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체된 게임산업을 키우기 위해 도박게임의 배팅 한도를 늘려주고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게임 이용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도박게임 규제가 시작된 게 2014년 초로 채 2년도 안됐다. 도박게임은 돈을 주고 온라인용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지금도 불법 환전상을 통해 제약 없이 사이버 머니를 충전할 수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정부가 사행성 게임을 앞장서서 조장하는 셈이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게임중독과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오랜 사회적 논의의 결과물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4월 셧다운제가 위헌이라는 게임업체 등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과 중독의 폐해, 자발적 중단이 어려운 특성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실제 연구기관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게임 과몰입 아동ㆍ청소년 비율이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

인터넷게임은 도박ㆍ마약ㆍ알코올과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이 부모를 살해하는 등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는 게 당연하지만, 어린이ㆍ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성화라는 가치 못지않게 국민의 건강과 안전,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도 중시돼야 한다. 규제 완화가 절대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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