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브릭스판 세계은행 시동…中, 美 금융패권 도전

알림

브릭스판 세계은행 시동…中, 美 금융패권 도전

입력
2014.07.14 16:55
0 0

NDB로 IMF 체제 균열 모색

아시아선 AIIB로 ADB 견제 시도

브릭스 내부 불협화음 우려 불구 개도국엔 IMF의 대안 될 가능성도

IMFㆍADB와 NDBㆍAIIB비교
IMFㆍADB와 NDBㆍAIIB비교

중국이 태평양 안팎에서 중국 경제를 이중으로 옭아매고 있는 미국의 금융패권에 도전을 선언했다. 태평양 안쪽 동아시아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만들어 미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견제하는 한편, 태평양을 넘어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ㆍ인도 등과 합세해 서방 선진국 영향력 아래 놓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균열을 모색하고 있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릭스’(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공) 정상들은 15, 16일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에서 만나 ‘신 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ㆍNDB)으로 명명된 새로운 국제개발은행을 2016년 출범시키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한다. 초기 자본금으로는 5개국이 100억 달러씩 총 500억 달러(100억달러는 현금ㆍ400억달러는 국제시장 담보)를 출연하고, 이후 7년 동안 1,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질 주제 아우프레두 그라사 리마 정무차관은 “브릭스는 여러 차례 IMF 개혁을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은 IMF 개혁에 미적대는 미국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한 당시 중국이 한국에 제의한 AIIB에 이어 NDB 설립까지 가시권에 들어오자, 미국 내부에서도 브레튼우즈 체제 설립 이후 70년 가까이 유지된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마크 와이스브로트 경제분석가는 “미국에게는 전례가 없던 매우 중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킴 반데르 보르트 브뤼셀 자유대 교수는 “중국은 NDB 설립을 통해 브릭스 국가 내부의 신뢰 증진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지위 강화라는 전략적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역시 NDB가 세력을 급속히 확장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포린폴리시는 이날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IMF와 WB 등은 (외환 부족의) 곤경에 빠진 개도국에게 인권, 환경보호 및 금융시장 개방 등 지키기 어려운 가혹한 조건을 제시했다”며 “총 보유외환이 4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브릭스 5개국 후원으로 만들어지는 NDB가 지원 문턱을 낮출 경우 개도국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NDB와 AIIB를 통한 중국의 금융패권 도전의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가장 큰 근거는 브릭스 내부의 분열 가능성이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NDB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경우, 국경 분쟁까지 벌인 인도가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인도가 중국 접경지대 개발을 위해 ADB에 29억달러 차관을 요청했을 때 중국이 강력 반발한 것과 유사한 사례가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브릭스 정상회담을 앞두고 NDB 본부 소재지와 초대 총재 국적을 둘러싸고 중국과 브라질 언론이 각각 자국 내정설을 내보내는 것도 불협화음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 언론은 초대 총재로 천위안(陳元) 전 중국국가개발은행 이사장이 낙점됐다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브라질 언론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 관계자도 “NDB가 자본금을 1,000억달러까지 늘린다고 해도 IMF(3,680억달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대 중국 봉쇄 움직임이 금융부문에서도 본격화할 경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