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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 여성 분노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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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 여성 분노 불렀다

입력
2018.05.15 18: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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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모델 알몸 사진 유포 사건이 성별 편파 수사와 사법 불평등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누드크로키 수업 도중 남성 모델을 몰래 촬영해 사진을 유포한 여성 모델이 의외로 빠르게 체포ㆍ구속되자 여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여성 보호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 이상이 몰리고, 19일에는 여성들의 편파 수사 규탄 시위까지 예고돼 일각에서는 남녀 간 성 대결 구도 형성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관계만 놓고보면 이들 주장에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용의자가 20명에 불과했고, 이중 피의자 안씨가 휴대폰을 갑자기 교체해 경찰이 쉽게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안씨는 아이폰 기록을 삭제하고 한강에 던져 증거를 없앴다. 이어 사진을 게시한 웹사이트에 IP주소와 로그기록 삭제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고, 애플 본사에도 아이클라우드 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때문에 이 사건에 성 차별 논리를 접목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집단적 분노에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범죄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데다 가해자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도촬’ 범죄자의 68%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그나마 이중 77%는 300만원 이하였다. 그러다 보니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사례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질타한 것은 여성 안전 관련 사건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초소형 카메라 등 몰카 범죄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지만, 후속 조치가 부실하고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맴돌고 있다. 그 사이 디지털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두려움은 훨씬 커졌다. 여성들의 분노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미온적인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의 표출로 봐야지 남녀 간 성 대결로 몰아갈 문제는 결코 아니다. 따라서 ‘몰카’ 범죄를 신속히 추적ㆍ단죄하고, 촬영ㆍ유포자는 물론 접속ㆍ소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게 여성 안전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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