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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반바지 차림에 웅크려 숨져 있어”... 경찰, 부검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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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반바지 차림에 웅크려 숨져 있어”... 경찰, 부검 의뢰

입력
2016.08.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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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검찰 출석 앞두고 극단적 선택

차량 조수석 A4용지 4매 분량 유서 남겨

압박감에 자살한 듯…검찰 “수사일정 재검토”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26일 오전 이 부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의 한 산책로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26일 오전 이 부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의 한 산책로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최 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경기 양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1분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S호텔 뒤편 북한강변 산책로 바닥에 이 부회장이 숨져 있는 것을 산책하던 마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폭 6m 가량의 산책로는 왕복 2차로, 391번 지방도 아래 북한강로를 따라가다 보면 옆길로 3㎞가량 뻗어있다. 강변이 바로 내려다 보일 정도로 외부에 탁 트여있다. 이 부회장의 시신은 지방도에서 이 산책로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40m 가량 떨어진 곳에 웅크려 쓰러져 있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베이지색 반바지에 검은색 점퍼 차림이었으며 트레킹화를 신고 있었다. 그의 시신 인근 벚꽃나무(지름 7~10㎝ㆍ높이 3m) 2.4m 높이 가지에는 분홍색 넥타이가 찢긴 채 매달려 묶여 있었고 이 부회장의 목에는 끊긴 분홍색 넥타이 일부와 또 다른 푸른색 넥타이가 연결돼 감겨 있었다.

벚꽃나무 옆 잡초에서는 ‘롯데’라는 적힌 진한 고동색 우산이 나왔다.

신원 확인은 상의 안주머니 안 지갑에 담긴 이 부회장의 신분증과 명함으로 이뤄졌다.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30~40m 떨어진 식당 옆 마당에 주차된 제네시스 EQ900 검은색 승용차 조수석에서는 이 회장이 자필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도 나왔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것과 신동빈 회장을 옹호하는 글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9~10시쯤 “운동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양평에 별장을 구입하기 위해 최근 이곳을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건국(71) 가일미술관장은 “딱히 연고는 없었는데 (이 부회장이) 은퇴 이후 양평에서 살고 싶어했다”며 “부인이 장 수술을 받으면서 거동이 불편해졌고 2년 전부터 40~50평 가량의 단층집을 짓기 위해 집을 보러 다녔다”고 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 등으로 미뤄 검찰 조사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인근 도로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 이 부회장의 숨지기 전 행적을 파악 중이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이 부회장을 횡령ㆍ배임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던 검찰은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 수사일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 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 그는 43년을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신 회장측 인물로 각인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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