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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모르쇠'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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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모르쇠' 통했다

입력
2015.07.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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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파일은 작성자 인정 때 증거

검찰 조사선 대부분 혐의 시인했다

법정서 말 바꿔 핵심 근거 무력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된 배경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 번복과 ‘모르쇠’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트위터 등을 이용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입증할 핵심 근거로 제시됐던 이메일 첨부파일에 대해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검찰 조사에서는 작성 사실 등을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서 결국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이메일 첨부 파일은 편집 및 조작 가능성이 있는 ‘전문 증거’로 분류된다. 전문 증거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과 트위터 계정 등을 정리해 놓은 ‘4ㆍ25 지논’파일, ‘시큐리티’파일 등 문제의 2개 핵심증거를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소속이었던 김씨의 메일 계정에서 발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10월 체포 상태에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김씨는 매일 오전 국정원으로 출근해 본인만 켤 수 있는 컴퓨터로 내부망에 접속, 이메일을 통해 그날의 이슈 및 논지를 전달 받아 트위터 활동에 반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슈 및 논지 중에 정치중립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어 당혹스러웠으며, 특히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방글을 퍼뜨린 것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취지의 소회까지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원이 체포 절차 등을 문제 삼아 석방된 김씨는 이후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서 완전히 말을 바꿨다. 김씨는 지난해 3월 18일 원 전 원장의 1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검찰 진술에 대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진술을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검찰이 김씨가 서명날인한 진술 조서를 제시하자 “체포된 직후여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며 “검사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겁을 먹은 상황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1987년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에 입사해 25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직원이었던 김씨는 “(검찰에서) 그렇게 장황하게 말했다면 나는 천재일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과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측이 시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 능력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이어나가면서 김씨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더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마찬가지로 진술 내용을 부인했다. 김씨의 첨부파일에 기재된 트위터 계정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된 다른 국정원 직원들 역시 혐의 사실 일체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이 이번에 문제 삼은 2개의 파일 외에 다른 증거를 통해 11만건의 트윗글은 불법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의 유죄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리를 감싸는 듯한 국정원 직원들의 증언으로 인해 원 전 원장이 다시 다퉈볼 기회를 갖게 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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