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돼지감자를 먹으면 당뇨병에 도움이 되나요?

알림

돼지감자를 먹으면 당뇨병에 도움이 되나요?

입력
2016.01.21 18:31
0 0

돼지감자를 먹으면 당뇨병에 도움이 되나요?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셔서 저도 돼지감자에 대해서 조금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교과서에는 돼지감자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공부한 결과 역시나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별 것이 없다고 하면 민간요법을 무시하는 의사로 비쳐질까봐 이론적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돼지감자는 천연 인슐린인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돼지감자의 주성분인 이눌린이 마치 천연 인슐린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연 인슐린이라는 것은 저도 처음 들어 봤습니다. 인슐린을 예전에 동물의 췌장에서 추출했던 적이 있었지만 어떤 식물에서 인슐린이 나온다는 말을 처음 들어 봅니다. 인슐린과 이눌린의 발음이 비슷해서 이런 말들이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눌린은 일종의 탄수화물(당분)로 인슐린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종의 음식입니다. 천연 인슐린이라는 것이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먹는다면 위장에서 다 소화가 돼서 인슐린 효과가 나타날 수 없습니다. 인슐린은 주사로 맞아야만 효과가 있습니다. 또 이눌린은 인슐린을 더 많이 나오게 하거나 췌장의 능력을 올려주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럼 이 이눌린이 당뇨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돼지감자의 주 성분인 이눌린은 보통의 전분이나 설탕과는 다르게 사람의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고 장에 사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듯이 소화가 된다고 합니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포만감을 더 주고 흡수가 늦게 되기 때문에 같은 량을 먹는다면 밥이나 감자를 먹는 것 보다는 혈당이 적게 또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런 면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복용 하시는 것을 보면 밥이나 감자를 대신해서 식사로 돼지감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당뇨에 좋다고 생각해서 돼지감자를 달인 물을 목이 마를 때 수시로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흰 쌀밥 대신에 현미로 밥을 해 먹으면 혈당이 덜 올라가고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흰 쌀밥을 다 먹고 나서 현미를 달인 물을 수시로 마신다면 혈당에 도움이 될까요? 흰 쌀밥 대신에 현미를, 보통 감자 대신에 돼지감자를 끼니로 드신다면 혈당에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냥 막연히 당뇨병을 좋게 만드는 보약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돼지감자는 그냥 감자 보다 혈당이 덜 올라간다는 것이지 이것을 먹는다고 혈당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혈당이 덜 올라가는 음식은 있지만 거꾸로 떨어지는 음식은 없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머리가 아주 좋거나 아니면 노력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유전자로 태어나서 병에 걸리지 않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빼면 대부분의 사람은 꾸준한 노력 밖에 없습니다. 당뇨병은 절제와 부지런함이 중요한 덕목입니다.

최일훈 원장은 대전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 의원' 원장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 진료과목은 전반적인 당뇨.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