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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당 무소속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졸렬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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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당 무소속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졸렬한 압박

입력
2016.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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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구시당이 최근 친박계인 조원진 공동선대위원장 명의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주호영 류성걸 권은희 등 탈당파 현역 의원 네 명에게 공문을 보내 선거사무실에 걸어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고 요구해 세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유 의원 등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른바 정체성 등의 문제를 걸어 공천에서 탈락시킨 인사들이다. 대구시당의 행태는 형식논리로야 당에서 보낸 사진이니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상식에 비추어 엉뚱하다고 할 만큼 속 좁은 처사다.

의도는 뻔하다. 당에서 내쫓긴 사람이란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텃밭인 TK(대구ㆍ경북) 지역에서 대통령을 팔아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의, 국민의 대통령인 만큼 누구든지 마음대로 사진을 걸어둘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유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출마자들은 말이 탈당이지, 출당이나 다를 바 없는 수모를 당하고 새누리당을 떠났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정체성 등 임의적 잣대를 들이대 낙천시킨 공관위의 정치보복성 처사가 국민 뇌리에 각인된 마당이다. 특히 유 의원에 대해서는 여론의 힐난이 무서워 낙천시키지도 못하고 노골적으로 자진 탈당을 압박하지 않았던가. 이제 선거운동 과정에서까지 친박ㆍ진박 중심의 대구시당이 저급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국민 실소를 자아내기에 족하다.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탈당 무소속 인사들의 복당 의사와 관련,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이 아주 어렵다”고 복당 불가를 못박은 것과도 판박이다.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 상당수가 정치적 문제로 탈당했다가 돌아온 전력이 있고, 당규에도 맞지 않는 발상이다.

이런 몰상식이야말로 공천과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민심 이반을 부른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대구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14% 포인트나 급락한 게 좋은 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친박계의 무리수가 텃밭인 대구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29일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과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비난을 살만한 언행으로 인해 선거에 큰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한 것도 대구시당의 행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선거운동 행태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손가락질 받을 일을 거듭하고 있으니 친박계의 오만 빼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라도 겸허하고 정정당당한 자세를 회복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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