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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계좌이동제.. 500조 이동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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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계좌이동제.. 500조 이동 카운트다운

입력
2015.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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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 서막’ 30일부터 시행

은행권 고객쟁탈 전쟁 본격화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13일 오전 본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ATM) 앞에서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인 '하나멤버스'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13일 오전 본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ATM) 앞에서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인 '하나멤버스'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은행 계좌이동제가 오는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바꾸면 기존에 설정해 놓았던 카드결제, 공과금 납부 등 각종 이체항목까지 자동으로 옮겨주는 제도. 일일이 이체항목을 재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사실상 기존 통장에 묶여있던 수천만 은행 고객들이 언제든 좀 더 나은 조건의 통장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금융권 기존 업권의 경계와 판도까지 흔들 인터넷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시행을 앞두고 벌어지는 첫 제도 변화여서 여타 금융업권들도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달하면 계좌이동제 대상 시장 규모는 5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거래 통장으로 주로 활용되는 수시입출식 통장 규모가 9월말 현재 491조3,000억원인데,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언제든 은행 갈아타기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은행들이 단지 이 규모만 보고 계좌이동제에 목을 매는 건 아니다. 충성도 높은 주거래 고객을 빼앗길 경우 예ㆍ적금, 카드, 대출 등 은행 다른 상품은 물론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의 보험, 증권 상품까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존 고객을 지키고 타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본격적인 계좌이동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수개월 간 고객의 관심을 끌 신상품 출시에 주력했다면 이제 경쟁은 본격적인 고객쟁탈 전쟁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주로 ‘수수료 면제’ ‘우대 금리 제공’ 등 판박이 상품이 줄을 이었던 은행들의 상품도 제도 시행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한층 차별화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최근 기존 주거래 우대 패키지에 생활비 대출, 주거래 카드, 금융혜택 가족 공유 서비스 등을 추가한 ‘신한 주거래 온(溫) 패키지’를 출시했다. 금융혜택 가족 공유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본인을 포함해 최대 5명의 가족까지 각종 수수료 면제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파격적 상품이다. 하나금융은 스마트폰 앱으로 계열사 포인트와 OK캐쉬백 등 비금융권 포인트를 하나로 합쳐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만든 하나멤버스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달 출시해 벌써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전체 고객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이 한 달도 안 돼 가입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진짜 충성도 있는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은행들은 직원들의 성과지표(KPI)까지 계좌이동제에 맞춰 수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부터 KPI의 신규고객 유치 실적 항목에서, 유치한 고객의 월 평균 통장 잔액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 2점 가점을 주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1,000점 만점의 KPI 평가에서 고객 수 증대 항목 비중을 135점에서 250점으로 대폭 늘렸다. 신한은행도 주거래통장이 있는 고객이 적금 등 거래가 있을 경우 KPI의 보너스 점수(기타 점수)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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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치열한 경쟁은 은행들의 실적 부풀리기 부작용도 낳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의 계좌를 그대로 둔 채 통장만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으로 바꾸는 단순 전환도 실적에 포함시키고 있다. 수년 전 출시한 상품을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으로 ‘리뉴얼’해 내놓고 기존 계좌 수와 잔액까지 실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주거래통장의 경우 모집 계좌 중 40%만 기존 우리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신규’ 고객일 정도다. 일각에선 막상 계좌이동제가 시행되어도 예상만큼 대량의 고객 이동은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은 물론 은행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은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도 계좌이동을 신청할 수 있게 되는 내년 2월부터는 한층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며 “은행들의 단기적인 수익 악화는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은행이 확보한 충성 고객을 활용해 교차판매나 추가예금 유치 등을 통한 이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는 장기적으로 금리 경쟁에서 부담이 덜한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 중소형은행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대형 시중은행들도 이들로부터 고객을 지키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차별화하면서 가격 등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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