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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인종 차별… 한국계 주연 배우 하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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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인종 차별… 한국계 주연 배우 하차까지

입력
2017.07.0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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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BS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오’

인기 주역 대니얼 대 킴ㆍ그레이스 박

‘임금 차별’ 반대하며 출연 거부

그림1한국계 배우인 그레이스 박(왼쪽)과 대니얼 대 킴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 ‘하와의 파이브-오’의 한 장면. CBS 제공
그림1한국계 배우인 그레이스 박(왼쪽)과 대니얼 대 킴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 ‘하와의 파이브-오’의 한 장면. CBS 제공

미국 CBS 방송의 ‘하와이 파이브-오’ 드라마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방영 중인 장수 드라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하와이를 배경으로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룬 이 드라마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출연하는데, 바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49)과 그레이스 박(43)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기도 했던 이 두 배우가 오는 9월 시즌 8 방송을 앞두고 갑자기 하차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킴과 박은 임금 차별에 반대하며 더 이상의 출연을 거부했다. CBS가 재계약을 앞두고 두 배우에게 같은 백인 배우 주연들에 비해 10~15% 낮은 계약금을 제시하자 동등한 임금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하차를 선택한 것이다.

CBS는 논란이 된 임금 차별에 대한 언급 없이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막대한 재능에 감사하다”며 “새로운 하와이 파이브-오를 준비하도록 해 준 그들에게 고맙고,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킴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들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될 하차 소식은 슬프지만 사실”이라며 “CBS가 제시한 새로운 계약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차한다”고 밝혔다. 그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평등을 향한 길은 쉽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양인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살아가기

대니얼 대 킴. AP 연합뉴스
대니얼 대 킴. AP 연합뉴스

킴은 앞서 2016년 5월에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배우의 가혹한 현실은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것”이라며 “동양계 배우들은 매우 힘든 상황에 있다”고 털어 놨다. 대만계 미국인 배우인 콘스탄스 우는 “백인들과 경쟁하는 동양인들은 올림픽처럼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훈련을 한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재능을 가졌다 해도 일생에 한두 번 정도만 주연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환경이 굉장히 ‘압박적’이라고 표현했다.

남캘리포이아대 애넌버그 혁신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화, 드라마 등을 포함한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동양인의 비중은 5.1%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동양인들이 미국 인구의 5.4%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의 절반 이상은 아예 동양인들을 출연시키지도 않는 사실을 보고서는 지적했다.

흑인 배우의 경우, 백인보다 설 자리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동양인보다는 나은 처지다. 보고서가 분석한 109개의 영화 중 18%만이 흑인이 출연하지 않는데, 동양인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50%에 달했다. 방송에서 이러한 경우는 흑인 16%, 동양인 51%로 차이가 더 크다. 동영상스트리밍 업체가 제작한 콘텐츠에선 흑인 37%, 동양인은 63%로 더 심각했다.

동양인 지워버리는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

지난해 2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배우 크리스 록(맨 오른쪽)이 아시아계 어린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배우 크리스 록(맨 오른쪽)이 아시아계 어린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동양계 배우들이 비교적 낮은 계약금을 받는 것보다 이들을 아예 지워버리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은 큰 문제다.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 배우가 출연할 캐릭터를 백인 배우로 채우는 것을 뜻하는 ‘화이트워싱’은 미국 영화계의 오랜 인종차별을 수면으로 드러낸 단어다. 특히, 작년 10월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마션’으로 논란은 더 거세졌다. 원작 소설에서는 한국계로 묘사된 미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과학자 민디 박을 백인 배우 맥킨지 데이비스가 맡고, 인디언 원주민으로 그려진 캐릭터는 흑인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가 맡았던 것이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도 동양인 대신 백인인 스칼릿 조핸슨이 출연해 화이트워싱 논쟁을 일으켰다.

하와이 배경의 영화 ‘알로하’에서도 중국과 하와이 혼혈로 묘사된 주인공을 금발 백인인 엠마 스톤이 연기해 마찬가지 논란이 제기됐다. 하와이 인구의 60%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은 30%에 불과한데도, 영화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백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원래 티베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백인인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와 관련해서도 화이트워싱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화이트워싱퇴출(#WhiteWashedOUT)’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6년 5월 시작된 이 캠페인은 하루 만에 6만여 명이 댓글로 동참했고, 최근 ‘하와이 파이브-오’의 동양계 배우들에 대한 임금 차별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백인들만 참여한다”는 비판이이 담긴 ‘백인만의 오스카(#OscarsSoWhite)’ 캠페인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 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이례적으로 흑인이 주연인 ‘문라이트’에 작품상이 주어졌으나, 투표 수를 세는 회계사를 패러디하기 위해 동양인 어린아이들을 분장시켜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올해 신규 회원 744명을 위촉하면서 여성 비율 39%, 소수 인종 비율을 30%로 구성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57개국 출신의 저명한 영화인을 기용하는 등 인종 다양성 확보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AMPAS의 이러한 변화가 영화계의 인종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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