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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시술? 프로포폴? 수면?… 靑 의약품, 7시간 의혹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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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시술? 프로포폴? 수면?… 靑 의약품, 7시간 의혹만 증폭

입력
2016.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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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병 완화 비아그라엔

학계 “효능에 의문” 지적

경찰들이 23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경찰들이 23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목록이 공개(본보 23일자 2면, 24일자 8면)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향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행적에 대해 ‘성형시술설’ ‘프로포폴 투여설’ ‘수면설’ 등 투약과 연계된 의혹이 유독 많다. 박 대통령이 평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품들의 쓰임새와 효능이 드러나면서 의혹 해소의 단초가 마련될지 관심을 모은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얼굴 부위 성형시술을 받느라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성형시술설과 관련, 청와대가 구입한 엠라5%크림이 주목 받고 있다. 피부에 바르는 방식의 국소마취제로, 보톡스ㆍ필러주사, 레이저시술 등 얼굴 시술에 주로 쓰인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원래 조루증이 있는 남성용 사정지연제로 허가 받은 품목인데 지금은 거의 피부 시술용 마취제로만 사용된다”며 “사용 후 피부 감각이 마비돼 표정을 자연스럽게 짓기 어려운데 통상 2시간쯤 지나야 마취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구입한 또 다른 국소마취 주사제 리도카인 역시 얼굴 성형 때 흔히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태반주사(라이넥주 멜스몬주), 마늘주사(푸르설타민주), 감초주사(히시파겐씨주), 백옥주사(루치온주) 등 영양주사제 역시 안면 피부미용 시술에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맥주사나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하는 게 보통이지만, 얼굴 피부에 미세한 바늘 구멍을 내고 그 위에 주사제를 발라 흡수시키는 시술도 흔하다는 것이다. 이때도 통상 피부 마취가 수반된다.

제2의 프로포폴인가, 근육이완제인가

박 대통령이 성형 등의 시술 혹은 심신 이완을 위해 프로포폴과 같은 전신마취제를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단골인 김영재의원에서 프로포폴 처방이 동반된 성형시술을 받았고, 차움의원에선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지는 양상이다. 주목 받는 청와대 의약품은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프로포폴처럼 수면을 유도하는 전신마취제로 일부 병원에서 내시경 시술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다만 마취 시간이 짧고 통증 완화 효능도 적어 프로포폴처럼 널리 쓰이기보단 응급처치용으로 사용된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응급환자의 기도에 관을 삽입할 때 근육이완제로 쓰려고 샀다는 청와대 해명이 일리가 있다는 얘기다.

수면설은 대통령이 참사가 벌어지는 동안 깊이 잠들어있다는 의혹이다. 일각에선 평소 불면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 세월호 탑승자가 전원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고를 믿고 수면제에 의존해 모자란 잠을 청했다는 구체적 설을 내놓기도 한다. 청와대가 19일 내놓은 ‘세월호 7시간’ 해명 자료에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 9시24분 첫 보고 이후 오후 1시13분까지 줄곧 구조작업이 순조롭다는 잘못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 점, 박 대통령이 일과 시간에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 집무실에 머무는 일이 잦았다는 청와대 내부 증언 등이 근거다.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에 수면제인 서카딘서방정이 포함되면서 해당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에도 의약품 들여왔나

물론 청와대가 해당 의약품들을 구매한 시기는 세월호 참사 날짜와는 겹치지 않는다. 24일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의무실에선 피부 미용 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리도카인이나 엠라5%크림은 외상 치료나 주사바늘 삽입 시 통증을 줄일 용도로 구비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재임기간(2013년 5월~2014년 7월)에 비선 진료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진료 기록도 남기지 않고 주사제를 반입해 박 대통령을 진료한 사실이 밝혀진 터라, 해당 의약품들이 그전에도 반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청와대가 올해 대통령의 멕시코(4월), 아프리카(5월) 순방에 맞춰 고산병 예방ㆍ치료제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 및 그 복제약(팔팔정)을 구입했다는 해명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페이스북을 통해 "2014년 수행된 임상시험 5건을 종합하면 실데나필(비아그라 성분 명)이 고산병 증상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앞서 2011년 임상시험에선 오히려 비아그라 복용자의 고산병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소개하며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비아그라가 고산병 예방ㆍ치료제로 처방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고산병완화제(아세타졸라마이드)보다 가격이 70배 높으면서도 효능에 의문이 제기되는 약품을 청와대가 사들인 것은 예산이나 보건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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