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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등록 : 2015.12.03 20:00
수정 : 2015.12.03 20:00

[인터뷰] 박나래, "분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벌거벗은 기분이에요."

데뷔 10년 만에 방송과 광고계 러브콜 쇄도

등록 : 2015.12.03 20:00
수정 : 2015.12.03 20:00

박나래는 사진 촬영을 하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돌변했다. 반사적으로 웃긴 표정과 포즈가 나왔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라고 그는 말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마동석씨한테 감사해요. 그 덕분에 8년 고집이 통했으니까요.” 매주 화요일이면 180도 아니 360도 변신하는 여자가 있다. 거울 앞에 꼬박 5~6시간은 앉아야 가능한 변신이다.

변신의 대상은 주로 남자. 마이클 조던, 통아저씨, 마동석, 차승원, 전현무, 김구라, 오혁 등과 각종 만화 캐릭터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게 없다. 이쯤되면 ‘변귀’(변신의 귀재) ‘분달’(분장의 달인)로 불러도 되겠다.

눈이 펑펑 쏟아진 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개그우먼 박나래(30)를 만났다. 싱크로율 100%로 유명인들을 패러디하는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의 코너 ‘중고&나라’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건 오산이었다. 또렷한 눈매를 강조해 곱게 메이크업을 하고 미니스커트로 한껏 멋을 낸 그녀는 마치 여배우 같았다. 한 마디로 그녀는 예뻤다!

그러나 사진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천상 개그우먼이다. “카메라만 보면 저도 모르게 그만…”이라며 연신 코믹한 포즈를 잡아가는 박나래. 10년 차 개그우먼인 그녀, 이제서야 떴다.

개그우먼 박나래.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요새 여기저기서 많이 불러 주세요. 분장개그가 먹힌 것도 있지만 MBC ‘라디오스타’에서 빵빵 터진 게 한 몫 했어요.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뷰하고 있는 지금도 현실 같지 않아요.”

지난 9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나래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빵빵 터지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은 배꼽 빠지게 웃었다. 성형수술로 예뻐진 얼굴을 뽐내면서도 “의사 말로는 마지노선이 여기까지라고 하더라” “수술대에 더 누우면 관에 들어간다고 했다” 등의 자학개그로 ‘꿀잼’과 ‘핵잼’(매우 재미있다는 뜻)을 선사했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중고&나라’에서 차승원으로 변신한 박나래.

‘코빅’에서 각종 분장쇼로 화제의 인물이던 그녀가 ‘라디오스타’에서 핵폭탄급 입담까지 선보이자 방송가에서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MBC ‘무한도전’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2 ‘해피투게더3’, tvN ‘택시’, JTBC ‘비정상회담’ 등 예능 프로그램마다 러브콜이 쇄도했다. KBS ‘비타민’, MBC ‘마이 머니 파트너’ 등 고정 프로그램도 생겼다. 인기스타만 나온다는 tvN ‘SNL코리아’에도 출연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숙취해소음료 등 CF 모델로도 인기 상승 중이다.

전남 목포에서 올라와 상명대 연극학과 재학 시절 개그동아리 소속으로 KBS2 ‘개그사냥’(2006)에 출연했던 개그지망생 박나래는 그 해 KBS 공채개그맨이 됐다. 데뷔 10년 만에 햇빛을 보고 있는 중이다.

“‘웃음충전소’(2007)에서 ‘타짱’이라는 개그 코너로 박나래라는 이름을 알렸죠. 벌써 8년 전 일이네요. 당시에도 개그우먼이 분장으로 웃기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많이 주목 받았어요.”

분장 대결 개그였던 ‘타짱’에서 박나래는 “독한 분장”으로 유명해졌다. 하도 괴기스럽고 기이한 분장이 많아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 분장쇼를 지금까지 이어와 자신의 개그로 특화시켰다. 대단한 집념이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중고&나라’ 코너에서 마동석으로 변신한 박나래.

“저는 개인기나 유행어가 없어요. ‘중고&나라’를 떠올려 보시면 분장은 똑같이 보이게 해도 성대모사는 못해요. ‘행동모사’만 있을 뿐이죠. 행동이나 표정을 따라하는 건 잘하기 때문에 분장개그를 밀어 붙인 겁니다.”

분장개그는 결코 만만치 않다. 분장 과정이 고난도다. 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거울을 보고 일주일 동안 연습했던 인물의 표정부터 흉내 낸다. “목소리가 똑 같으면 거울을 볼 필요가 없지만 표정과 행동으로 웃기기 때문에 그 느낌을 살려야”하는 게 박나래 분장의 키 포인트다.

그들의 특징을 살린 얼굴 표정을 지으면 의료용 테이프로 그 표정을 고정시킨 후 민머리(볼드 캡) 가발을 쓰고 분장을 한다. 마동석 전현무 통아저씨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여자로서 예뻐보이고 싶은 건 본능. 그녀의 말마따나 “‘돌려깎기’로 작고 예뻐진 얼굴”을 하고 그 위에 못난 분장을 하는 게 안쓰럽다. “오히려 분장을 하지 않으면 민낯인 것 같고 벌거벗은 것 같아 부끄러워요. 요새는 성형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는지 ‘어디 수술한 거야?’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 웃길 때가 있어요.”

인터뷰를 하던 중 박나래는 갑자기 가방을 뒤졌다. 작은 하얀색 통에서 알약을 꺼내들고 삼켰다. 지난달 성대수술을 했단다. 목에 물 혹이 나는 바람에 제거 수술을 했다. 쉴 틈도 없이 방송 스케줄을 잡았다가 지난달 15일 방송된 ‘코빅’에선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의 캐릭터로 분장한 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올해 뮤지컬 ‘드림걸즈’를 하면서 목을 심하게 썼던 탓이다.

“얼마 전 ‘마리텔’에 나갔을 때 뭉클했어요. 동갑내기 후배 장도연과 같이 녹화 했던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 서로 ‘우리 성공했다’고 자축했어요. 10년 한 길을 걸으니 이런 날도 오네요. 하하”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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