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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법관 인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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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법관 인사에 주목한다

입력
2017.06.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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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과 이달 초 각각 퇴임한 이상훈ㆍ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을 추천하기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4일 열린다. 추천위가 지난달 확정된 36명의 후보자를 검토한 뒤 5,6명을 추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이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이번 대법관 인선은 새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지는 것이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오는 9월 양 대법원장도 퇴임하게 돼 있어 이른바 ‘사법권력’ 교체의 흐름을 점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법부에 거대한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하는 전국법관대표자 회의가 19일 열린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있다. 양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의 보수화와 관료주의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김이수 재판관을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하고,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판사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한 것도 그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ㆍ소수자 등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이번 추천위가 심사할 후보자들도 기대를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36명의 후보자 가운데 30명이 현직 판사다. 여성은 4명에 그쳤고, 학계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남성ㆍ서울대 법대ㆍ판사 출신’이라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 대법원장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제청과정에서 오랫동안 대법관 다양화를 고민해 온 대통령 측과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될 만하다.

사법부 독립과 대법관 다양성을 담보할 수단으로 대법관 추천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대법원장이 따로 천거한 후보자들을 대부분 그대로 추천해 왔다. 이번 추천위 역시 실질적 심의 없이 형식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법원장 대신 국회와 법관 대표, 법률가단체, 법학계 등이 일정 수의 추천위원을 지명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대법원장이 좌지우지하는 대법관추천위를 독립된 추천위로 혁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당장의 과제는 대법관후보추천위가 대법원장 뜻대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노릇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도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지 말고 사법개혁 요구에 맞는 인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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