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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테러방지법 오남용 않겠다는 약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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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테러방지법 오남용 않겠다는 약속해야

입력
2016.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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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15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테러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지만 국가정보원이 막강한 권한으로 국민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메신저를 암호화 된 것으로 바꾸고 대화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는 등의 대응지침까지 나돈다. 정부ㆍ여당은 이를 괴담으로 몰아붙이지만 그만큼 불안감이 퍼져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 불신을 해소할 대책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 정보 등을 수집, 조사하는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감청 때 반드시 법원 영장이 필요하고, 금융 정보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받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 방지 장치가 마련됐다지만, 그리 미덥지 못하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감시 대상이 되는 테러 위험인물의 기준 가운데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부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법절차에서는 ‘상당한 이유’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국정원이 정권 비판 인사를 옭아매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성하다. 과거 정치 사찰 전력에 비추어 기우로만 보기도 어렵다.

임의 감청에 대한 우려는 더욱 현실적이다. 통신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실제로는 법원이 거의 대부분 허용하고 있는 데다 테러방지법이 청구 요건마저 완해해 두어 불안이 더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일반 구속영장 청구 기각률은 23%인데 비해 통신감청 기각률은 4%에 불과하다. 이런 마당에 국정원이 테러 위험인물이라며 신청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기는 더욱 어려울 듯하다. 더구나 국정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팀을 운영해 광범위한 불법 도청과 사찰 활동을 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2012년 대선 때도 국정원은 인터넷과 SNS에서 댓글 공작을 벌였다. 그런데 통제장치라고는 인권보호관 한 명을 두는 데 그쳤으니 국정원의 권한 오ㆍ남용 우려가 당연하다.

국민 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먼저 신뢰 회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 정치적 성격의 정보수집과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선거구 획정안으로 인해 테러방지법의 인권침해 방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새로 출범할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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