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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대 의원 살해로까지 치달은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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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대 의원 살해로까지 치달은 영국의 브렉시트 논란

입력
2016.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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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놓고 극심한 갈등에 휩싸인 영국에서 EU 잔류를 주장하던 노동당 소속 조 콕스 의원이 총격과 흉기 피습으로 숨졌다. 용의자의 의도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그가 “영국이 먼저다”고 외쳤다는 증언에 비추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반대해 온 콕스 의원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를 외쳐온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조차 “슬픔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사건은 충격적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를 향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영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정면 부정하는 야만적 행위다.

주목할 것은 여론이 극심하게 엇갈린 상태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연초만해도 EU 잔류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탈퇴 여론이 우세했다. 이민자를 제한해 일자리와 안전을 지키고 막대한 EU 분담금을 아끼기 위해서는 탈퇴가 불가피하다는 게 찬성파의 주장이다. 이와 달리 전세계는 브렉시트가 심각한 경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해왔다. EU 자체의 존립을 흔들고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재연시켜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아시아, 미국, 유럽 등 각국 증시가 추락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다.

EU 탈퇴 논쟁의 이면에 영국의 뿌리 깊은 유럽회의주의가 존재하지만 문제가 커진 데는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민투표 자체가 애초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돌파구 성격이 짙었다.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의 도전을 물리치고, 자신이 속한 보수당 내 EU 회의론자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약속한 것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정치인들은 이민, 일자리, 복지, 안전 등의 문제를 EU의 탓으로 돌렸고, 일부 언론은 선정적 주장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집권 보수당 역시 찬반 양론으로 쪼개져 인신공격을 주고받았다. 국론이 양분된 상태에서 콕스 의원이 피살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그 동기가 무엇이든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며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만전의 브렉시트 대비책을 다듬어야 한다. 영국과의 교역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등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브렉시트 충격까지 그대로 겹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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