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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 교육감 세번째 낙마 위기… 진보 교육정책 추진력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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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 교육감 세번째 낙마 위기… 진보 교육정책 추진력 잃나

입력
2015.04.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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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후보 美 영주권 의혹 제기

법원 "낙마시킬 의도" 인정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도 전원 "유죄"

자사고 재지정 등 정책 혼선 예상

색깔론 등 제기 高후보는 주의 경구

검찰 표적기소 논란 비등 전망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민참여재판을 마친 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민참여재판을 마친 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국민참여재판에서 허위사실유포 혐의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서울 교육행정이 격랑에 휩싸였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조 교육감은 직위를 잃게 돼 서울시교육청은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교육감을 선출해야 한다. 비슷한 의혹 제기에도 유독 조 교육감만 기소돼 ‘표적 수사’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날 법원은 조 교육감이 지난해 6ㆍ4지방선거에서 당시 상대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방해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선고에 앞서 만장일치로 조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해명을 했음에도 조 교육감 측이 고 전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승덕 후보에게 자신과 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보유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촉구한다”며 “제보에 따르면, 고 후보는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켜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 후보 자신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고 후보는 자신의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켰으면서도 대한민국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으로,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조 교육감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고 전 후보가 의혹을 해소하라고 요구했었다.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유포’라고 판단, 지난해 12월3일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조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최후변론을 통해서도 “조 교육감 측은 추가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꾸며 사람들에게 그릇된 인상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고 전 후보에 비해 낮은 지지율에 머물던 조 교육감 측이 대폭적인 지지율 상승을 위한 계기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 교육감의 의혹제기가 검증을 가장한 허위사실공표로, 상대방을 낙선시킬 의도가 있었다”며 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상대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 법에 따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직을 잃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교육감이 항소해 대법원 판결까지 가더라도 올해 안에 재판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항소심에서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조 교육감에겐 악재다. 조 교육감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서울 시민들은 내년 또 다시 보궐선거를 치러 새로운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

조 교육감에 대한 유죄 선고로 그가 추진해온 혁신 정책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서울 교육의 혁신 정책은 굳건히 실행될 것으로 기대하셔도 좋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당선 이후 추진했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등을 통한 고교 균형 발전 정책은 위축될 전망이다. 혁신학교 확대, 고교 자유학년제 등 조 교육감의 핵심 정책들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검찰의 기소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도 조희연 후보를 향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고 언급하면서 ‘색깔론’을 제기한데다 조 교육감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도 거론하며 해명을 요구했었다. 이는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서울시선관위는 고 전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250조 2항을 위반했다며 주의경고를 내렸었다. 같은 허위사실유포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조 교육감만 기소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조 교육감도 지난 1월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로 끝난 사건이며, 경찰도 ‘무혐의’ 처리한 사안인데 검찰이 표적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일각에서 제기한 표적 수사 논란에 대해 이날 “검사의 기소는 후보자 검증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바른 검증, 바른 선거운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 교육감의 자질을 묻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았던 행위에 경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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