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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다 변호사 수임료가 사법 신뢰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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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다 변호사 수임료가 사법 신뢰를 갉아먹는다

입력
2016.04.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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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인 유명 화장품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집행유예 석방을 조건으로 변호사에게 수십억 원대 수임료를 제공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여성 변호사 A씨에게 ‘성공보수금’으로 수임료 20억 원을 전달했으나 실형이 선고된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A씨는 돈의 성격을 ‘착수금’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진위 여부는 머잖아 가려지겠지만, 설령 A씨 주장대로 20억 원이 착수금 성격이었다고 해도 과다 수임료 논란은 남게 마련이다. 일반인들이 평생 일해도 모으기 어려운 천문학적 거금을 상식적 보수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판결한 이후 기록 검토비 명목으로 거액의 착수금을 받는 등 성공보수임을 감추기 위한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보수가 포함된 거액을 일단 착수금 형태로 받은 뒤 보석이나 집행유예, 무죄 등을 받아내지 못하면 돌려주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성공보수를 금지한 이유는 분명하다. ‘성공’을 조건으로 거액의 돈이 오갈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나 의뢰인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고위 법관이나 검사를 지낸 전관 변호사들에게 성공보수는 주요 수입원이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상고 이유서에 도장 하나 찍는 값으로 3,000만원, 재판부에 전화 한 통 거는 대가로 5,00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25일 제53회 ‘법의 날’을 맞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최근 법조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법조계 모든 구성원들은 법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고 높이는 책무를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법원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10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항목에 80% 가량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과다 수임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만 퍼뜨린다. 법원과 대한변협은 성공보수 폐지 이후의 수임료 실태를 면밀히 파악, 합리적 보수 규정을 만드는 등 후속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변호사 업계의 반성과 자정 노력이 선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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