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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섭씨~! 요즘 왜 이리 부쩍 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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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섭씨~! 요즘 왜 이리 부쩍 낮은가?”

입력
2016.12.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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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 입문서 '사이언스 빌리지'에는 과학자 김지희가 그린 촘촘한 그림들도 실려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길거리 네온 사인에서 빛의 원리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동아시아 제공
교양 과학 입문서 '사이언스 빌리지'에는 과학자 김지희가 그린 촘촘한 그림들도 실려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길거리 네온 사인에서 빛의 원리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동아시아 제공

℃(섭씨), ℉(화씨)는 김씨, 박씨다?

이게 뭔소린가 싶은데 진짜입니다. 1742년 물의 어는 점과 끓는 점을 기준 삼아 100등분 한 온도 체계를 만든 사람이 스웨덴의 천문학자 셀시우스(Celcius)입니다. 이 셀시우스를 중국 사람들이 음차하면서 섭이사(攝爾思)라 불렀습니다.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이라 부르는 원리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어이 김씨~! 장사 잘 되는가?” “어이 박씨~! 어디 다녀오는가?”하듯이 “어이 섭씨(攝氏)~! 오늘은 추운가?” 하게 된 겁니다.

화씨도 설마? 네. ‘설마’는 사람을 아주 잘 잡습니다. 사람의 체온을 기준으로 삼아 180등분한 화씨 개념은 1724년 독일 물리학자 파렌하이트(Fahrenheit)가 만들었습니다. 이 이름을 중국 사람들은 화륜해(華倫海)라 음차했습니다. 해서 ‘어이 화씨~!’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날씨가 어떠냐는 말을 주고받을 때는 춥다고 ‘씨’에다 유독 힘줘 발음할 게 아니라, 뭐랄까 앞으로는 왠지 조금 더 온도를 친근하게 대하는 느낌으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면 질문도 자랍니다. 그래도 그 동안 어디선가 주워들은 풍월은 있다고 다른 것들이야 어째 저째 대답을 하겠건만, 요령부득인 게 바로 ‘과학’입니다. 밥 잘 먹고 돌아오던 길에 ‘힌덴부르크호의 폭발 사고’와 ‘현대차의 수소자동차’ 간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면, 저 또한 자괴감이 들고 피눈물이 납니다.

화학을 전공한 김병민 과학 칼럼니스트가 쓴 ‘사이언스 빌리지’(동아시아 발행)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책입니다. 과학이 재밌고 좋아 과학을 공부한 아빠는, 정작 중학생 아들이 “이거 완전 핵노잼!”을 외쳐대며 암기에 바쁜 모습을 봤습니다. 외워대는 게 아니라 상상하고 궁리해보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책은 실제 아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쓰였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들렀던 아들은 시원한 마실거리를 찾아 진열장을 둘러보다가 유독 ‘갈색’ 유리병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피로회복제, 드링크제, 감기약병에서 맥주병까지. 왜 병 색깔은 죄다 ‘갈색’이어야 할까요. 이렇게나 다들 갈색병인데, 소주병은 왜 홀로 녹색을 고집할까요.

요놈, 어느 날 꾀가 슬슬 납니다. 이 닦으려니 귀찮은 겁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저기 옆에 돌아다니는 반려견 ‘초롱이’가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잠깐, 그런데 평생 양치질 한 번 안 하는 개는, 어떻게 충치 한번 걸리지 않을까요. 이 닦기 싫은 아들이 개를 부러워한다면, 기름진 음식 마음껏 먹고 싶은 아빠는 곰이 부럽다고 합니다. 곰은 겨울잠을 잔다는 이유로 한번에 음식을 엄청 먹어둡니다. 사람이 그렇게 먹었다가는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걸리고 말 겁니다. 곰은 어떤 원리로 그렇게나 많은 음식을 한번에 먹고도 별 탈이 없는 걸까요.

‘사이언스 빌리지’는 아빠와 아들이 손잡고 떠나는 과학여행입니다. 그렇다고 손발 오글대는, 재미있는 상식 대백과 수준의 서술이라 얕잡아 본다면 큰 코 다칩니다. 118가지 원소 주기율표를 실어두곤 이 원소들의 구체적 쓰임새까지 설명하는, 꽤나 깊은 대목들도 여럿입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연구교수인 김지희 일러스트레이터가 만화 느낌 나게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제 우리 저자가 쓰고 그린, 제대로 된 교양과학 입문서가 나올 때도 됐다는 출판사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조태성 기자 amoraf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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