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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운조합 이사장에 ‘정피아’를 앉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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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운조합 이사장에 ‘정피아’를 앉히다니

입력
2016.0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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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여파로 관료 출신이 물러난 해운조합 이사장에 현역 여당 의원 보좌관인 오인수씨가 내정됐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보좌관인 오씨는 1996년 정치권 들어가 주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해왔다. 해운 및 수상안전 분야 업무 경험이나 관련 전문성이 있을 리 없다. 적격심사를 통과한 여섯 명의 후보 가운데 오씨가 선정된 것을 그의 정치권 경력과 떼어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운업과 안전관리, 보험 등 관련 분야 실상을 모르고는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자리다. 2,000여 해운사가 참여한 해운조합은 선사들의 이익단체에 그치지 않고 여객선 입ㆍ출항과 선박 점검 등 안전관리 책임까지 지고 있다. 해운조합법도 해경의 위임으로 선박 안전관리 업무를 맡도록 명시했다. 그런 기관의 책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전문성 기준이 이리 낮을 수는 없다.

해운조합은 세월호 출항 당시 화물 적재량과 선원 및 승객 수를 허위로 적어낸 것을 적발하지 못해 참사를 초래했다. 1962년 해운조합 출범 이래 이사장을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가 독차지하면서 쌓인 민관유착의 폐해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그 후유증으로 당시 해수부 출신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었다. 1년8개월 만에 뽑은 후임자가 경험이 전무한 정치권 인사라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해운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등의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내세워 대대적 공직사회 개혁에 나섰다. 그런데 정작 관피아를 차단했더니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밀고 들어온 꼴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감사는 정피아가 19명으로 관피아(18명)를 넘어섰다. 정치인 출신도 자질과 역량, 전문성을 갖췄다면 얼마든지 공공기관 임원이 될 수 있다. 집권당이나 대선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니, 문제가 된다. 폐해로 치면, 관피아보다 정피아가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경험이나 전문성이 관료보다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더욱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누차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고도 공공기관장과 감사 자리를 정권의 사은품처럼 정피아에게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해운조합 이사장 선임에도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래서야 우리사회의 대표적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세월호 참사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그에 대한 반성의 결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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