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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상치 않은 중국의 북한 압박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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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상치 않은 중국의 북한 압박 움직임

입력
2017.04.2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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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주유소가 기름 판매를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차량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기름이 부족해 아예 문을 닫거나 기름을 넣으러 온 주민을 돌려보내는 주유소도 있다는 것이 AP통신 보도다. 아직 영업하는 주유소도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의 줄이 평소보다 길어졌으며 기름 값 또한 크게 올랐다고 한다. 북한은 유류를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중국이 원유 공급 축소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게 사실이라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북핵 문제에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유례 없는 협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생명줄이며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 해결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은근히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 주유소 기름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는 중국이 실제로 대북 원유 공급을 줄였는지 여부와 관련해 눈길을 끌 만하다.

중국의 대북 경고로 비칠 수 있는 움직임은 벌써 여럿 포착됐다. 최근에는 초음속 전투기의 실탄 사격 훈련과 이지스 구축함의 훈련 모습을 공개해 북한을 겨냥한 무력 시위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적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중국의 뜻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2일자 사평(社評)에서 북한의 주요 핵 시설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외과수술식 공격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핵 시설 이상의 목표를 상정해 한반도에서 지상전이 일어나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런 내용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논평 등을 통해 북중 관계가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비난하며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북한군 창건기념일인 25일 전후 핵 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우려도 여전하다. 하지만 북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전례 없이 중국까지 강하게 대응하고 나선 상황이다. 북한은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현명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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