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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따로 없어… 상생으로 가야 모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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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따로 없어… 상생으로 가야 모두 행복

입력
2015.07.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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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표 선승 혜국 스님

불교 선어록 '신심명' 강설 책 출간

"상생에 지구ㆍ인류 생존원리 담겨"

혜국 스님은 "기도하고 수행해도, 어려움 당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하지 말고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잘 닦아 나가겠다고 하면 틀림없이 성취한다"고 말했다.
혜국 스님은 "기도하고 수행해도, 어려움 당하지 않게 해 달라고 하지 말고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잘 닦아 나가겠다고 하면 틀림없이 성취한다"고 말했다.

“전부 자기가 혼자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이 우리는 10분도 숨쉴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지 내 생명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모든 것은 투쟁보다는 상생으로 갑니다. 그것이 중도연기죠.”

한국 간화선의 대표 선승인 혜국 스님(금봉선원장)은 2일 충북 충주 석종사(釋宗寺) 조실채에서 하안거 중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스님이 쓴 책 ‘신심명(信心銘)’(모과나무) 출간을 기념한 것이었다. ‘신심명’은 1,400년 전 선종시대 조사 승찬 대사가 불교철학의 원리를 74구절 짧은 글로 담아낸 선어록. 지난해 법보신문에 연재한 신심명 강설을 모은 것으로 혜국 스님이 직접 써서 책을 내기는 처음이다.

혜국 스님은 “글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강설 제의에 ‘내 얼굴 좀 그스르더라도 그냥 해보자’며 끌려간 것이 책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내용의 반의 반도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해인사에서 10만 배 후 오른손 세 손가락을 태운 그 손으로 직접 원고를 썼다.

1962년 해인사에서 출가해 경봉, 성철, 구산 스님 문하에서 수행한 혜국 스님은 “성철 큰 스님이 무조건 ‘신심명’을 외우라기에 처음엔 뜻도 모르고 뼈에 새겼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 해인사에서 ‘몇 생을 태어나도 오직 스님의 길을 가겠노라’고 발원을 했죠. 누가 일으키는지 알 수 없는 내 생각의 한계와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스님의 길을 가겠다고 했던 것인데, 금강경, 아함경, 원각경, 법화경, 화엄경을 돌아와 신심명을 다시 욀 때쯤에나 중도의 참 뜻을 이해했던 것 같아요.”

첫 구절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至道無難 唯嫌揀擇)’는 스님이 가장 중히 여기는 글귀다.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다는 것 즉,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구속에서 해탈로 가는 인간 해방 선언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지구가 광명을 등져 어두움을 만드는 것처럼, 인간도 내가 익힌 습관과 감정 때문에 그림자를 만들죠. 돌아서기만 하면 언제든 광명은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철썩하는 파도 소리가 내 마음에 따라 시상이 되기도, 통곡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성철 큰 스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처럼 얼굴 빛을 밝히던 그는 “수행하다 졸면, 낭창낭창한 회초리로 어찌나 모질게 때리는지 저 또한 화두보다는 큰 스님 발소리에만 집중하던 때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홀로 수행할 때 잠과 싸우는 것이 너무 고돼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안 되려나’ 했어요. 마지막으로 큰 스님께 여쭙기로 했죠. 만약 전혀 안 졸고 하셨다고 말씀 하시면 난 글렀으니 이 길로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야 이놈아! 내가 목석이냐 안 졸게’ 하는 불호령만 떨어졌죠. 좋다고 뛰어나와 그 길로 정진했어요.”

신심명을 통해 오늘날 되새길 정신을 물었다. “결국 상생입니다. 떠다니는 구름이 만든 비와 대지에서 나오는 음식이 내 몸 만든 것인 줄을 알 때 남을 어떻게 내 몸처럼 대접할까를 고민하게 되니, 지구와 인류가 살아날 수 있는 원리가 되죠. 상생의 원리로만 간다면 지금 가진 것으로 인구 70배가 먹어도 남는데, 서로 뺏으려고 투쟁하다 보니 늘 모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깨치고 나면 매 구절마다 덩실덩실 춤이 나옵니다.”

충주=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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