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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로 오염된 모유… 유방에 관해 우리가 몰랐던 진실

입력
2015.09.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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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가슴이야기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MID 발행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가슴이야기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MID 발행

생물분류학의 아버지 칼 폰 린네는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류인 박쥐와 인간을 같은 범주로 분류했다. 젖과 젖샘이 있어 수유를 한다는, 가장 큰 특징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겐 여느 포유류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인간 게놈의 98%를 공유하는 침팬지조차 항시적인 젖가슴(breast)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영장류와 달리 사춘기 이후 항시적으로 불룩한 인간의 젖가슴. 그 정체는 인대와 지방, 젖샘인데, 그 본연의 기능은 외면당하고 성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과학지식 수집과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바로 이 젖가슴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가슴에 대한 성적 관심은 가슴 성형술을 낳았다. 최초의 가슴성형자는 1962년 텍사스 휴스턴의 티미 진이었다. 그녀는 가슴에 문신을 제거하러 보건소에 갔다가 보형물을 넣는 실험을 권유 받고 세계 최초의 실리콘 주입 대상이 된다. 그녀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수많은 시술이 이루어졌다. 1991년에는 보형물에 폴리우레탄폼이 사용됐는데 여기서 발암물질인 2, 4-톨루엔디아민이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992년 미 식품의약국(FDA)이 실리콘 보형물 수술 중단을 명령하게 되고 1995년 50만명의 여성이 보형물 제조사와 수술한 의사를 고소했다. 2만건의 소송과 41만건의 보상청구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다우코닝은 파산을 선언한다.

가슴의 본래 기능은 모유 수유다. 모유는 수백 가지 성분이 들어있는 아기에게 최적의 완전식품. 한때 분유가 모유보다 더 좋다고 예찬을 받은 적도 있지만 모유에는 분유에 없는 성분이 들어 있다. 아이를 보호하는 면역성분이다. 모유는 멸균상태가 아니라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학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일종의 백신으로 작용해 유아의 장에 자리를 잡은 뒤 유해균과 싸운다고 본다. 여성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때 자신의 대사에너지의 30%를 소모한다. 이것은 매일 11㎞를 걸을 때 드는 에너지에 해당하는데 생태학자인 스타인그래버는 “모유 수유는 매트로트로피(matrotropy) 즉 엄마를 먹는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젖가슴이 신체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쏟아내는 온갖 공해물질의 저수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모유 성분을 조사해보면 비록 미량이지만 페인트와 시너, 드라이클리닝액, 목재 방부제, 화장실 탈취제, 화장품 첨가물, 살균제, 난연제도 들어있다. 이게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모유 수유는 그 자체가 공해와 생태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 또한 환경공해는 높은 유방암 가능성과 연결된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깊은 연관이 있지만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오히려 남성 유방암 환자로 인해 규명되었다.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르준 기지의 오염으로 인해 남성 유방암 환자가 급증했던 사례를 생생하게 취재한다.

가슴은 신체의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신체와 건강, 육아와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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