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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관훈토론회, 출마 이유만 더욱 궁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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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관훈토론회, 출마 이유만 더욱 궁금하게 했다

입력
2017.0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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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25일 주최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토론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10년 임기를 마친 뒤 귀국과 동시에 대선전에 뛰어든 반 전 총장이 처음으로 본격적 검증대에 선다는 의미가 컸다. 대선후보로서 정치비전과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히는 자리여서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되돌리는 반전의 계기로 삼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금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모두 발언의 요지는 지난 12일 인천공항 귀국장 연설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국민 대통합과 정치 교체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 외에 진전된 내용이 없었다. 국민 대통합과 정치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방안 제시가 없으니 공허하다. 한반도 정세의 심각함에 비춰 외교역량을 갖춘 국가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만큼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자신이 적임자라는 논리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질문과 응답 과정도 큰 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답변은 차분하고 유연했지만 대부분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대통령 취임 100일 내에 꼭 이뤄낼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일자리 마련, 4차 산업혁명 기반 구축 등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그가 아니어도 누구나 답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이다. 현실성을 감안하지 않고 국민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발언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을 설레게 하고 희망을 주는 열정과 격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국민적 지지를 모으기 어렵다.

일부 사안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기는 했다. 특히 대선전 개헌을 주장하며 이대로 정권 교체하면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말 바꾸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 의견타진 논란 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 구축 등과 관련해서는 기성 정당에 들어가 경선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선에 머물러 아직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엉거주춤하고 있다는 인상도 던졌다. 귀국 후 2주간 전국 각 지역을 돌며 강행군했지만 문 전 대표와의 지지도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정치 교체 구호에 걸맞은 새로운 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탓이 크다. ‘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그대로 남긴 채 대선에 뛰어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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