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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파행 뒤엔 밥그릇 싸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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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파행 뒤엔 밥그릇 싸움 있었다

입력
2015.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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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산하 8개 단체

영화제 운영 놓고 사단법인과 갈등

20일 수상자와 후보자들의 대거 불참으로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가 파행 진행되면서 ‘대종상 아닌 대리상’이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영화상이 어쩌다 이렇게 내리막길을 걷게 됐을까. 근본적으로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산하 협회들의 갈등과 반목이 이 같은 파행을 만들었다.

올해 대종상에서 황정민 전지현 등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이 불참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단체 행동”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한 원로영화인은 “불참 배우들이 스케줄이나 해외 체류 등의 이유를 댔지만 분명 배후세력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감독들의 불참이 잇따른 것도 영화감독협회가 “대종상에 참석하지 말라”는 보이콧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날 대종상에는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백종렬 감독이 불참했고, 감독상 후보에 오른 김성호(‘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유승완(‘베테랑’) 오승욱(‘무뢰한’) 최동훈 감독(‘암살’)도 보이지 않았다. ‘사도’의 이준익,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만이 자리를 빛냈을 뿐이다.

대종상은 영화감독협회, 영화기술단체협의회, 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 영화배우협회, 영화조명감독협회, 영화촬영감독협회, 영화음악작곡가협회의 8개 직능협회가 모인 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해 온 영화제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영화제 운영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 치열했다. 발단은 2012년 정인엽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이 따로 사단법인을 만들어 대종상 운영을 독립시키면서다. 영화인총연합회로부터 대종상 운영권을 빼앗은 셈으로, 정 회장이 임기가 끝나가자 대종상을 사단법인화하고 자신이 이사장을 맡아 사리사욕을 추구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사)대종상영화제와 영화감독협회가 동시에 영화진흥위원회에 대종상 지원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2012,2013년 대종상은 (사)대종상영화제가 주최했다.

문제는 이런 다툼을 벌일 정도로 대종상이 실제로 이권 사업이 돼 버렸다는 점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종상은 영화인총연합회와 산하 협회들을 먹여 살리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종상 관련 행사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리베이트를 받는 식으로 비리가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1월 정인엽 전 회장 등이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9차례에 걸쳐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보조금 2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 전 회장은 대종상 개막식 대행 계약을 체결하면서 1,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금으로선 영화인총연합회와 산하 협회들 내부의 반목과 불신이 심각해 누가 대종상을 운영하더라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창 충무로에서 활동 중인 영화인들은 원로들이 장악한 협회가 영화인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참여에 냉소적이다. 2012년 원로영화인 169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영화인총연합회의 대종상 사단법인화 결정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냈을 때도, “원로영화인들이 대종상을 영화인총연합회 밑에 두고 이권 사업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사단법인화도 문제지만, 영화인총연합회로 되돌리는 것도 해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 전 회장의 비리로 대종상 운영은 지난해 다시 영화인총연합회로 넘어왔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올 초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방산비리로 수사를 받으며 남궁원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이번엔 직무대행을 맡은 최하원 대종상 집행위원장에 대한 흔들기가 시작됐다. 영화감독협회는 최 위원장을 회원 간 갈등과 협회 명예손상, 회비 미납 등을 이유로 영화감독협회에서 제명시켰고, 그의 회장 직무대행은 자격미달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이 새 조직위원장으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장을 임명하자 영화감독협회, 영화배우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은 최 위원장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보궐선거를 위한 두 번의 임시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영화인총연합회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대종상은 폐지 압박을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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