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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00만달러 대북 인도지원 결정… 시기는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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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00만달러 대북 인도지원 결정… 시기는 열어둬

입력
2017.09.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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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아동ㆍ임산부 돕는 국제기구에 기금 공여

“시기ㆍ규모는 여건 고려해 통일장관이 결정”

취약층 지원 시급 명분… 北 도발 땐 불투명

조명균(왼쪽 네 번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왼쪽 네 번째)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영유아와 임산부 등 북한 취약 계층을 돕는 데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약 9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지원 시기와 규모까지 확정하지는 않았다. 직접 지원 주체가 우리가 아니라 국제기구인 데다 반대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ㆍ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ㆍ의결했다. WFP의 탁아시설ㆍ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 강화 식품 지원 사업에 450만달러가, 유니세프의 아동ㆍ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에 350만달러가 각각 공여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지원 결정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따른 것이다. 조 장관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 지원은 분리 대처해 나간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원칙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핵 상황 때문에 보류돼 온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면서 원칙을 다시 확립하고 정상화했다는 게 이번 결정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 시기와 방식 등이 이번 회의에서 결정되지는 않았다.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 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거듭되면서 대북 여론이 악화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해 국민이 많은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교추협이 논의했다”며 “‘전반적 여건의 종합적 고려’라는 표현이 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 규모의 축소 가능성과 관련해 “다 주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대답했다. 지원 시기ㆍ규모는 통일부 장관이 결정한다.

정부가 부담을 무릅쓰며 지원을 결정한 것은 북한 주민, 특히 영유아ㆍ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부는 최근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는 평양 등의 표면적 현상”이라며 “식량 부족과 보건 의료 미비 등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전했다. 카린 훌쇼프 유니세프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사무소장도 이날 서울사무소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현재 약 20만명의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장애 및 증가하는 사망과 및 발육 지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북한 아동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원 시기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북한의 도발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800만달러 공여)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시급성을 감안해 마냥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내 공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결정대로 800만달러가 공여되면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지원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단됐다.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달러를 지원한 게 마지막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인도적 대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이 없지 않았지만 4차 핵실험 이후에는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을 끊었다.

이날 교추협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 차관급 관료와 김용현 동국대 교수, 최영애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대표 등 민간위원 2명이 참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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