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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표혁명' 열기와 지혜가 '정치혁명'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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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표혁명' 열기와 지혜가 '정치혁명' 동력이다

입력
2017.05.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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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9일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사태에 따라 예정보다 7개월 이상 앞당겨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그런 만큼 주요 정당과 후보들의 준비기간은 촉박했고,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및 검증 기회 역시 부족했다. 그러나 촛불ㆍ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학습되고 고양된 주권의식은 대선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 참여 열기에서 단적으로 입증됐다. 대선 투표율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80%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런 국민적 관심과 참여는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초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거쳐 올해 3월 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과 조기대선 공고, 그리고 오늘 투표에 이른 과정을 반추해 보면 잘 설명된다. 격동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애써 쌓아 올린 헌법 가치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주인의식이 새 지도자를 뽑는 책임과 의무의 자각으로 자연스레 연결됐다는 얘기다. 김용덕 중앙선관위원장이 "투표 참여야말로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나타내는 참다운 국민의 모습"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투표참여를 독려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다양한 후보 포진, 선택의 재미 더해

이번 대선은 다양한 차원에서 의미와 특징을 따져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1강 2중 2약'의 5자 구도가 막판까지 이어진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반기문 황교안 등 보수진영 후보의 명멸에 따라 선거판이 몇 차례 요동치고 바른정당의 탈당사태가 변수가 될 뻔했으나 결국 우파보수에서 좌파진보까지 골고루 후보가 포진해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여 선거 재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가 투표율 제고로 이어질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후보의 이념 스펙트럼이 넓어짐으로써 과거와 같은 지역이나 세대의 몰표 성향이 희석된 것 역시 유의할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대선이 이른바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 사회 인권 등 전 분야에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은 향후 개헌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케 한다.

5자 구도는 누가 집권하든 '협치와 통합'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실제로 모든 후보는 어제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메시지에서 필승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압도적 지지가 모이면 천지개벽이 가능하다"며 개혁과 통합의 도도한 흐름을 만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좌파가 무너뜨린 자유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시 세우겠다" 면서 '함께 하는 위대한 국민'에 힘을 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과거와 미래의 대결에서 미래가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며 경쟁 후보 및 여야 대표와의 협의를 앞세웠다. '역전 만루홈런'을 장담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승자독식 노선의 대전환'을 강조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네거티브와 가짜뉴스, 포퓰리즘 털어야

한편으로 이번 대선은 선거문화 혁신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우선 선거운동기간이 짧아 TV토론 기회가 제한된 것은 아쉬웠지만 시간 총량제 스탠딩 자유토론 등의 시도는 후보검증의 새 장을 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간 확대와 진행자 권한강화 등 몇 가지만 보완하면 저비용 선거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예고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동원 의혹 등 불미스런 일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선거=돈' 공식이 사라진 것도 큰 진전이다

반면 선거 때마다 지적되는 네거티브와 막말은 가족까지 무차별로 겨냥하는 등 이번에도 기승을 부려 후보 진영 간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새 정부의 안정화까지 위협하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특히 SNS와 인터넷에 범람한 가짜뉴스는 선거결과 자체를 왜곡시킬 정도로 심각해 각 캠프가 전담팀을 꾸릴 정도였으며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최대의 공적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주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전개한 안보ㆍ교육ㆍ복지 등 포퓰리즘 경쟁은 진정한 정책선거가 여전히 요원함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만사 제치고 투표소로 가자

오늘 투표는 짧게는 보수 9년, 길게는 '87년 체제' 30년의 묵은 찌꺼기를 청산하고 협치와 통합, 소통과 치유의 리더십으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지도자를 뽑는 투표혁명이 돼야 한다. 그것이 '저질스런 세력에 지배당하지 않는' 정치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유권자들이 만사를 제치고 투표소로 가야 할 이유다.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를 향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그것이 주권자의 으뜸 권리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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