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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처럼… 동물 무분별 택배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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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처럼… 동물 무분별 택배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5.09.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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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에만 규제 법안 있고 일반 야생동물은 '법의 사각지대'

파충류 등 인터넷 주문 거래 성행… 동물 학대에 전염병 등 위생 문제도

평소 파충류에 관심이 많은 박모(34ㆍ충북 청주시)씨는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목도리도마뱀(18만5,000원)을 구입하려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서울에 있는 분양업체는 도마뱀을 고속버스 택배로 청주까지 배달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도마뱀이 2시간 넘게 박스로 운반되는 동안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번거롭더라도 직접 데려올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햄스터를 주문했던 강모(29)씨는 햄스터가 들어있는 택배 상자를 열었던 순간만 생각하면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 좁은 아크릴 통에 담긴 햄스터 3마리가 모두 죽은 채 배달됐기 때문이었다. 강씨는 “아크릴 통 속에서 햄스터가 질식했거나 좁은 공간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물어 죽인 것 같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살아있는 동물들이 우편 택배, 고속버스 택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개, 고양이, 토끼처럼 법으로 규정된 반려동물이 아닌 경우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경시 풍조의 확산이라는 윤리적 문제 뿐 아니라 전염병 등 위생문제도 안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야생동물 거래는 주로 온라인 동물분양업체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데, 택배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9일 동물보호시민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이 2012년 11월부터 1년간 회원수가 36만, 165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 온라인 동물거래 업체 S, P사의 분양 게시글 3,792건을 분석한 결과 고속버스와 우편을 통한 택배거래 방식이 각각 482건(13%), 221건(6%)에 달했다. 동물 거래 5건 중 1건이 택배로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인터넷 야생동물 쇼핑몰은 10곳, 인터넷 동호회는 13곳 운영되고 있다.

파충류나 곤충 등의 동물을 택배로 거래하면 전염병을 비롯한 질병 감염의 위험도 뒤따른다. 장수풍뎅이, 애완거미 등의 곤충류들이 택배로 거래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수의학협회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이 흔히 거래하는 야생동물 중 하나인 파충류는 개체의 90%가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야생동물로부터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은 70여개에 이르기 때문에 동물이 담긴 택배를 다른 일반 택배와 한 곳에 보관하면 전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런 동물들의 택배 거래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동물보호법은 개나 고양이, 토끼 등 반려동물에 한해서만 판매 시 직접 전달하거나 동물전문운송업체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상의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의 운송에 관한 세부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물이 물건 취급을 받으며 거래 되는 것은 명백한 학대”라며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동물의 택배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실험동물도 택배 배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택배를 통한 동물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개·고양이처럼 법으로 규정된 반려동물이 아닐 경우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택배를 통한 동물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개·고양이처럼 법으로 규정된 반려동물이 아닐 경우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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