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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급한 보도자료 탓에 누명 쓴 유명 심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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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급한 보도자료 탓에 누명 쓴 유명 심마니

입력
2014.1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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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농약삼 밀반입 일당 검거" 수사대서 확인 없이 언론에 배포

밀수 범인들과 관련 없음 드러나 혐의 벗었지만 파산 위기 내몰려

"경찰 실적 부풀리기에 희생" 울분

“제가 주범이라고요? 6장짜리 보도자료 때문에 저는 중국산 산양삼을 국산으로 둔갑시킨 사기꾼이 돼 버렸습니다.” 40년 경력의 심마니 안모(57)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경찰이 성급하게 만든 잘못된 보도자료 때문에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농약 산양삼 대량 밀반입 심마니 일당 검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안씨 등이 지난해 10월 중국산 산양삼 2만 뿌리를 보따리상을 통해 국내로 반입해 경기 가평의 야산에 심은 뒤 국내산이라고 속여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많은 언론들이 경찰 보도자료를 토대로 ‘중국산 산양삼 속여 판 유명 심마니’ ‘계시 받은 심마니라더니…중국산 속여 팔아’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경찰은 보도자료에서 안씨에 대해 ‘14세부터 산삼을 채취해 온 국내 최고의 심마니로 방송에도 수 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자’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안씨의 주변사람이나 당시 방송을 본 사람들은 보도자료에 적시된 인물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보도자료 배포 이후 이뤄진 보완 수사에서 이 범행은 밀수업자 김모(55)씨와 산삼감정원협회장 유모(49)씨가 저지른 것으로, 안씨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과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원산지를 속인 것은 아니라는 안씨의 일관된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뒤늦게 혐의를 벗었지만 안씨가 입은 피해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농약 범벅인 중국산 산양삼을 산에 심어 국내산으로 속여 팔았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700~800곳에 달했던 거래처가 하루아침에 대여섯 곳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가게 월 임대료 300만원도 넉 달이나 밀려 쫓겨날 처지가 됐다.

안씨는 무엇보다 참기 어려운 게 주위의 시선이라고 토로했다. 안씨는 “딸조차 학교에서 ‘너희 아빠 사기꾼 아니냐’는 놀림을 받고 있다”며 “풍족하게 살진 못했지만 심마니로 지켜온 명예가 한 순간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이 며칠만 더 조사하고 자료를 냈으면 내게 이런 엄청난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 실적 부풀리기의 희생양이 됐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미 조사가 충분히 진행됐다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경찰은 안씨가 피해를 입은 것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에게 모든 혐의가 있는 것처럼 보도자료에 명시된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브리핑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거나 브리핑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자들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수정한 보도자료를 따로 배포하지 않았고, 언론 보도 뒤에도 별다른 정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안씨는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자신을 사건 주범으로 명시한 경찰 보도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언론 보도에 대한 진정서를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실 등 6곳에 제출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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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실제 경매에 나왔던 산삼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실제 경매에 나왔던 산삼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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