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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찾으러 부동산 갑니다".. 중매 허브 된 부동산중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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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찾으러 부동산 갑니다".. 중매 허브 된 부동산중개소

입력
2017.10.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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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가족관계-인적사항 줄줄 꿰

부모들 부탁에 소개팅 주선 잦아

“비슷한 사람들 몰려 사니 확률 높아”

최근 부동산에서 중매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에서 중매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아유, 이번 추석에도 우리 애는 결혼 소식은커녕 애인 있다는 소리도 안 한다니까. 그러니까 동네에 괜찮은 총각 있다는 소식 들리면 나한테 먼저 알려줘야 해.”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60)씨는 집을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요새 일주일에 두세 번씩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른다. 올해 33세인 딸의 신상을 부동산업자에게 슬쩍 흘려놨기 때문. 그는 “부동산에 우리 딸애가 애인 없다고 해놓으면, 동네 총각들 정보가 들어온다”며 “비싼 돈 내고 중매업체 찾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딸은 “주책”이라며 말리지만 김씨는 “이렇게라도 해서 내년 추석에는 좋은 배필 데리고 왔으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라고 말했다.

동네 부동산이 중매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동네 사람들의 가족관계나 인적 사항을 잘 알고 있어 사실상 ‘미혼 자식 정보 네트워크’나 다름없다. “302동 1203호 집 아들이 30대 중반쯤 됐고, 대기업 다니는데 여자친구가 없다더라” 식이다. 서초구에서 2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장모(58)씨는 “돈을 받으면서 ‘중매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동네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실제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년 1월 결혼 예정인 정재민(34)씨는 올해 2월 어머니의 ‘부동산 전략’ 덕에 배필을 만났다. 그는 “여자친구도 없이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동네방네 소문나는 거 같아 처음엔 싫었다”면서도 “막상 직장과 집만 오가는 생활 패턴이라 사람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동네에서 부동산을 통해 소개팅을 하고 결혼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들을 이어준 부동산중개업자 박기준(56)씨는 “같은 지역에 비슷한 소득 수준의 사람들이 몰려 살다 보니, 자식들 마음만 맞으면 쉽게 결혼이 성사되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부동산중개업자가 알아서 나서주기도 한다. 미혼남녀가 많이 사는 경기 일산이나 분당 같은 지역이 특히 그렇다. 일산에서 25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성민(56)씨는 “서울에 직장이 있는 청년들이 혼자 지내는 거 같으면 기억해 뒀다가 잘 맞을 거 같은 이성이 부동산 계약을 하러 오면 연결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분당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정모(45)씨도 “이쪽은 강남에 직장이 있거나 판교 정보기술통신(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비슷한 업계 종사자끼리 대화가 잘 통하니까 전화 몇 통으로 만남만 주선해 주면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분당에 사는 이기준(35)씨는 “부동산에서 소개팅 주선 전화를 두세 번 받아 2주 전에는 한 번(소개팅에) 나가기도 했다”라며 “나는 프로그래머, 상대는 모바일게임 기획자로 나름 얘기가 잘 통해 현재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싼 돈 내면서 사람을 소개받는 결혼중개업체보다 부동산이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웃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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