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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참변,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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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참변,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2017.11.22 19: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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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생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결국 10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이 학생은 작동을 멈춘 기계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작동이 재개되는 바람에 기계에 몸이 눌려 치명상을 입었다. 아직 어린 10대 실습생의 비극이 잊을 만하면 되풀이돼 황망하면서도 참담하다.

실습생은 말 그대로 실습생일뿐 숙련된 정식 직원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시 현장에는 이 학생을 포함해 실습생 두 명만 작업하고 있었을 뿐 정식 직원은 없었다고 한다. 실습생은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사람에게만 작업을 맡긴 것부터가 문제다. 게다가 위험하고 복잡한 기계의 점검을 전문 기술자가 아닌 실습생이 한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보면 이번 사고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학생 등 해마다 6만여명이 참여하는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응용하고 익히게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들에게 위험한 일을 떠넘기는 노동착취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한다. 올해 1월 전주 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등 적지 않은 실습생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는 학교, 기업, 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청은 특성화고 등 직업계 학교를 취업률로 평가하고, 학교는 취업률 높이기에만 열중할 뿐 학생들의 작업 환경이나 인권 침해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기업은 이 틈을 파고들어 실습생들을 저임금에 기피 업무나 위험한 일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실습생 보호를 위해서는 이들 3자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학교가 취업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기업은 실습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고 이후 특성화 고교생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촉구한 것도 바로 그런 특단의 대책이다. 나아가 정부는 직업계고 졸업생이 양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교육부는 얼마 전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2000년 이후 처음 50%를 넘었다고 했다. 그러나 특성화고 졸업생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떨어졌으니 이들에게 제공된 일의 질은 더 떨어진 셈이다. 젊은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적정한 대우를 받을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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