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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출산 늘어나는데…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하면 지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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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출산 늘어나는데…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하면 지원 '뚝'

입력
2015.09.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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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에도 정기 진료·재활 치료 등 연 평균 27번이나 외래 방문

이른둥이가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모세기관지염 주사는 40만원 넘어

일반 영유아는 무상 예방접종 "역차별"…미숙아 의료비 지원사업 개편 절실

고령임신 증가 등에 따라 국내 이른둥이 출산이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편중돼 있어 개선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모습. 서울대 병원 제공
고령임신 증가 등에 따라 국내 이른둥이 출산이 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편중돼 있어 개선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모습. 서울대 병원 제공

이른둥이 출산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출산 후 신생아집중치료실에만 편중돼 있는 등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현행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전면 개편,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뒤 발생하는 외래와 수술, 재활치료 등에도 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둥이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 또는 몸무게 2.5kg 이하로 태어난 아이를 말한다. 국내 이른둥이 출생률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고령임신 확산 등에 따라 2010년 전후부터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둥이 출생 수는 지난 2005년 2만521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2만8,166명으로 늘어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결혼기피 ▦양육부담으로 인한 출산기피 ▦산모고령화로 인한 불임 ▦인공임신 증가 등에 따라 조산 또는 다태아 출산이 늘고 있는 것이 이른둥이 증가세의 원인이라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진단하고 있다. 김창렬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 평균 출산연령이 2002년 29.4세에서 2013년 32.5세로 3세 높아졌다”며 “출산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이른둥이 출산도 덩달아 늘었다”고 설명했다.

“출산만 장려하는 이상한 나라”

이른둥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고질적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편인 까닭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1983년 2.1명 이하(2.06)로 떨어진 뒤 2010년 1.23명으로 추락했고, 오는 2040년에는 1.42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저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감소세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담해야 하는 아동(14세 이하) 및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총부양률이 2016년부터 증가하고,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2% 선으로 급상승 할 것으로 보인다. 일할 사람은 적은 반면 부양할 사람은 점점 많아져 심각한 사회ㆍ경제적 이슈가 될 것이란 경고다.

남궁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대한신생아학회 회장)는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출산 장려는 능사가 될 수 없다”며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이른둥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남궁 교수는 “이른둥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 가정의 일이나 책임으로 치부될 수 없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남궁 교수도 지적했듯,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한정된 탓에 효과가 떨어지고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이에 따라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사업을 전면 개편,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발생하는 외래 수술 재활치료 등에도 의료비가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궁 교수는 “현재 42% 수준인 본인부담금 비율을 2세 미만 이른둥이에 한해 10% 이하로 낮춘다면 보호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파격적일 것”이라며 “이른둥이들에 대해 출생 후 2~3년 간 집중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경제활동 인구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적은 재정 부담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하면 지원 뚝

이른둥이를 둔 부모들의 삶은 버겁다. 지난 1월 임신 26주 만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인 희망ㆍ사랑이(가명) 부모가 단적인 사례다. 희망이는 980g, 사랑이는 1,020g의 체중으로 세상에 나왔다. 자매는 출생 후 100일 동안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았다. 신생아집중치료실 치료 때는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아 치료비를 충당했다. 하지만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에는 정부 지원이 뚝 끊겼다. 출생 직후 호흡부전 심장기형 등을 앓은 희망이는 하루가 멀다고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사랑이는 큰 문제가 없어 정기검진만 받으면 되지만 부모는 이들 자매 치료비로 월 40~5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희망이ㆍ사랑이 엄마(40)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퇴원 후 치료비가 많이 들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5년 전 임신 25주만에 700g으로 태어난 하늘이(5ㆍ가명) 엄마의 그동안의 삶도 조마조마한 나날이었다. 다른 신생아들은 집중치료실에서 별별 수술을 다했지만 하늘이는 탈장수술만 했다. 그래도 퇴원 후 걸음걸이가 신통찮아 재활치료도 하고,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도 했다. 청력검사도 했고, 혹시 몰라 미숙아 망막증 치료도 받았다. 지난 달에는 의사선생님이 “아이가 큰 이상이 없어 6개월 후 마지막으로 검진 한 번하고 끝냅시다”라고 했다. 5년 만에 듣는 가장 반가운 소리였단다. 하늘이 엄마는 고가의 모세기관지염 예방주사 등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사 한방에 4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이른둥이의 경우 모세기관지염에 걸리면 큰일 난다고 하니 안 맞출 수가 없었단다. 하늘이 엄마는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고 해놓고 정작 아이를 낳으면 지원을 안 한다”며 “정말 앞뒤가 맞는 않는 나라다”라고 했다.

폐렴ㆍ모세기관지염 예방주사 지원 전무

대한신생아학회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를 둔 가정은 출생 후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은 뒤에도 ▦정기적 외래진료(56.6%) ▦재입원(18.5%) ▦재활치료(13.7%)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이른둥이들은 각종 질병치레로 연평균 외래방문을 27회, 응급실행을 2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들은 예방접종에서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른둥이 부모들은 “지난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으로 폐렴구균 등 영유아 예방접종 14종을 무상 지원했다”며 “하지만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예방주사의 보험부담금이 42%나 된다”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외래진료 지원 등 현안이 첩첩히 쌓여있건만 정부 대책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유일한 이른둥이 지원사업인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지원 사업’예산은 외려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원사업 예산은 2013년 105억원에서 지난해 96억원으로 9.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신생아학회 등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86억4,000만원으로 더 축소될 전망이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이에 따라 예산 확대와 함께 출생체중에 따른 지원대상 세분화를 통한 차등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40%, 60% 비율로 월평균 소득 150%이하 이른둥이 가정에 한해 1,500g 미만은 최대 1,000만원, 1,500~2,000g은 700만원, 2,000~2,500g은 50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신생아학회는 “1,000g 미만 이른둥이 지원금 상한액을 1,500만원으로 인상하면 지원금 상한액을 초과해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약 330명 정도 이른둥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추가 예산은 16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1,000g 이하 이른둥이들이 출생 후 치료에 집중할 수 있어 실제 효과는 클 것”이라고 했다.

남궁란 교수는 “이른둥이 지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와 수없이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제안을 했지만 현실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른둥이 지원사업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만큼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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